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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주식 물타기의 심리학] 확실성 효과와 가능성 효과, 사람들이 손절 대신 물타기를 택하는 이유

-투자에서 정치까지 : 손실을 회피하고 희망을 과장하며

주식 투자자들은 손실 상황에서 '손절'을 하지 못하고 '물타기'를 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러한 행동의 배경에는 투자자들의 인지 편향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희망을 과대평가하고 위험을 과소평가할 때 이와 같은 인지 왜곡 현상이 발생하는 겁니다. 


◆ 물타기(Averaging Down)란?
 
주식 투자에서 보유 종목의 주가가 예상과 달리 하락할 때, 투자자는 주로 두 가지 선택지 앞에서 고민합니다.

하나는 ‘손절’(Loss Cut, Stop-Loss)입니다. 추가 하락으로 인한 손실 확대를 막기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주식을 매도하여 자금을 회수하는 방법입니다.

다른 하나는 ‘물타기’(Averaging down)입니다. 하락한 주식을 추가로 매수하여 평균 매입 단가(평단)를 낮추고, 이후 주가가 반등했을 때 더 쉽게 수익을 내거나 원금을 회복하기 위해 기다리는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A 주식을 10,000원에 100주 매수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최초 투자 원금: 10,000원 × 100주 = 1,000,000원
•이때의 평단: 10,000원

그런데 주가가 5,000원으로 하락했을 때, 같은 종목을 100주 추가로 매수(물타기)하면 다음과 같이 변합니다.

•추가 매수 금액: 5,000원 × 100주 = 500,000원
•총 보유 주식: 200주
•총 투자 원금: 1,000,000원 + 500,000원 = 1,500,000원
•조정된 평단: 1,500,000원 ÷ 200주 = 7,500원

투자자들이 물타기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원금 회복(본전)에 필요한 주가 상승 폭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물타기 전에는 주가가 10,000원까지 다시 올라야만 원금이 회복될 수 있습니다. 물타기 후에는  주가가 낮아진 평단인 7,500원까지만 회복해도 투자자는 손실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투자자들이 물타기를 통해 평균단가를 낮추는 이유는 ‘본전치기’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 손절대신 물타기를 하는 이유

사람들이 손절대신 물타기를 하는 이유는 사람들의 의사결정 기준이 수학적 확률보다 주관적인 비중에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투자자는 ‘가능성 효과’와 ‘확실성 효과’의 영향으로 확률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낮은 확률은 실제보다 더 높게, 높은 확률은 더 낮게 받아들이는 겁니다.  이렇게 주관적으로 매겨진 확률(확률 가중치)에 따라 심리적 가치인 ‘전망 가치’(prospect value )를 느끼고, 그것을 토대로 투자 결정을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주식투자자 A씨는  투자한 주식이 급락하여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그는 다음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합니다.

•선택 A (확정 손실-손절): 지금 손실을 확정하고 800만 원을 잃는다.
•선택 B (확률적 손실-물타기): 80% 확률로 1,000만 원을 잃지만, 20% 확률로 7,000만원을 얻습니다. 

선택 B는 물타기를 한 후의 손익구조입니다. 

두 개의 대안 중, 투자자들은  확실한 A보다 물타기 전략인 B를 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가능성 효과와 확실성 효과가 투자자의 심리를 왜곡하기 때문입니다. 

즉, 선택 B의 경우, 성공 확률은 20% 이하 인데, 사람들은 주관적으로 확률을 크게 인식합니다.  사람들이 복권을 사는 이유도 같은 이치입니다. 희박한 당첨 확률을 심리적으로 부풀려 느끼기 때문에 복권을 계속 사는 겁니다.  이와 같은 심리적 왜곡이 가능성 효과 (Possibility Effect)입니다.  

또한 실패확률은 80%이상인데 사람들은 확률을 주관적으로 낮게 평가합니다. 이러한 심리가  확실성 효과(Certainty Effect)입니다.  

이렇게 사람들은 작은 확률의 이익에는 과도한 희망을 걸어 위험을 감수합니다. 또한 높은 확률의 손실을 과소평가합니다. 이러한 확률 인지편향이 투자자의 ‘위험 추구’를 부추깁니다.  

결국 가능성 효과와 확실성 효과에 의한 심리적 확률 왜곡으로 인해,  사람들은 확실한 작은 손실보다 불확실한 큰 손실을 감수하는 위험한 선택을 하게 됩니다. 


◆ (참고) 손절 vs 물타기의 손익구조 메커니즘

물타기는 투자자들이 손실 상황에서 손실회피 대신 위험을 추구(risk-seeking)한다는 뜻입니다.  아래의 예시는 손절 또는 물타기의 손익구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주식투자자 A씨는  투자한 주식이 급락하여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그는 다음 두 가지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합니다.

•선택 A (확정 손실-손절): 지금 손실을 확정하고 800만 원을 잃는다.
•선택 B (확률적 손실-물타기): 80% 확률로 1,000만 원을 잃지만, 20% 확률로 7000만원을 얻습니다. 

① 선택A의 손익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처음 매수: 10,000원 × 1,000주 = 10,000,000원
•현재 주가: 2,000원
•현재 평가액: 2,000 × 1,000 = 2,000,000원
•손실액: -8,000,000원 (-80%)

② 선택 B의 손익 구조 ( 80% -1,000, 20% +7,000)는 다음과 같은 물타기를 통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현재 주가 2,000원에서 40,000주를 추가 매수합니다. 이럴 경우, 평균단가가 하락합니다. 

•추가 매수금액: 2,000 × 40,000 = 80,000,000원
•총 매수금액: 10,000,000 + 80,000,000 = 90,000,000원
•총 보유수량: 1,000 + 40,000 = 41,000주
•평균 단가: 90,000,000 ÷ 41,000 ≈ 2,195원

만약 주가가 1,950원으로 하락할 경우, 손실금액은 –1000만원입니다.  
(2,195 - 1,950) × 41,000 ≈ 10,000,000원 손실 → -1,000만 원

만약 주가가 4,000원으로 반등할 경우, 이익은 7,000만원입니다. 
(4,000 − 2,195) × 41,000 ≈ 74,000,000원 이익 → 약 +7,000만 원


◆ 심리적 확률(확률가중함수)로 본 ‘물타기’의 유혹

투자자가 명백한 손실(A)을 확정 짓는 대신,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물타기’(B)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 배경에는 객관적 확률을 심리적으로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의 확률가중함수(Probability Weighting Function)가 있습니다.
 
즉 투자자가 A대신 B를 택하는 이유는 확률가중함수의 ‘확실성효과’와 ‘가능효과’로 인해 B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① 확실성효과 (Certainty Effect)

우리의 뇌는 ‘100% 확실한 손실’에 대해 엄청난 고통을 느낍니다. 선택지 A(-800만 원 손실)는 바로 이 고통을 수용하는  행위입니다.

반면, 물타기(B)는 80%라는 높은 확률로 손실을 보지만, 어쨌든 100%는 아닙니다. 이때 확률가중함수가 작동하여, 우리는 80%라는 높은 확률을 실제보다 낮게(체감상 약 60.7%) 받아들입니다.

즉, 확실한 손실이라는 극심한 고통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불확실한 손실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확정 손실을 피하고, 불확실성이 섞여 있는 손실을 감수할 수도 있다는 심리가 확실성 효과입니다. 

이러한 확실성 효과가 손실 상황에서 우리를 위험한 선택으로 유도하는 요인이 됩니다. 

② 가능효과 (Possibility Effect)

물타기(B)에는 20% 확률로 7,000만 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희망 회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때 확률가중함수는 정반대로 작동합니다. 우리는 20%라는 낮은 확률을 실제보다 훨씬 높게(체감상 약 26.1%) 받아들입니다. 

마치 당첨 확률이 낮은 로또에 큰 기대를 거는 것처럼, 이 작은 성공 가능성이 실제보다 훨씬 크게 부풀려져 보이는 것입니다.

이처럼 확률이 과대평가되는 것이 가능성 효과이며, 이 효과가 ‘혹시라도 대박이 날 수 있다’는 강력한 동기를 부여합니다.

③ 고통을 피하고 희망을 과장 → 물타기

결국 투자자의 마음속에서는 두 가지 심리적 왜곡이 동시에 일어납니다. 

‘확실성 효과’로 인해 A의 확정된 손실(-800만 원)이 주는 고통은 실제보다 훨씬 크게 느껴지는 반면, B의 심리적 확률(0.607)은 객관적 확률 0.8보다 체감상 줄어들어 보입니다. 

또한 ‘가능성 효과’로 인해 B의 희박한 성공(+7,000만 원) 가능성은 실제보다 훨씬 부풀려져 보입니다.

이처럼 ‘확실한 고통’ 또는 ‘가능성 높은 고통’을 피하려는 강력한 회피 심리가 투자자를 A로부터 밀어냅니다. 동시에 ‘과장된 희망’이 주는 강렬한 유혹이 투자자를 B로 끌어당깁니다.

이처럼 고통을 심리적으로 피하고 희망을 과장하는 심리적 덫이, 투자자가 위험한 '물타기'(B)를 더 매력적인 선택지로 여기게 만드는 핵심 배경입니다.


◆ 물타기를 이끄는 원동력

‘물타기’는 겉으로는 손실을 회복하려는 계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집착, 자기기만, 독선이라는 인간의 심리적 취약성을 드러냅니다. 

즉 과거의 선택에 얽매이고, 비이성적 희망에 기대며, 실패를 외면하려는 심리가 얽힌 것이 물타기의 본질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 행위는 단순한 주식 거래를 넘어 삶의 여러 영역에서 나타납니다. 

①물타기’를 이끄는 첫 번째 심리적 원동력은‘매몰 비용의 오류’입니다. 

‘이만큼 투자했는데 이제 와서 물러설 수 없다’며 매몰원가에 집착하는 생각은 손실을 인정하기보다 과거의 선택을 합리화하려는 비이성적 아집에 해당합니다.

그 전략이 명백한 오류임을 알면서도 여기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노벨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이 지적했듯, 인간은 이익에서 느끼는 만족보다 손실에서 오는 고통을 훨씬 크게 경험하는 ‘손실회피, Loss Aversion’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물타기는 과거의 실패에 얽매여 미래의 가능성을 희생시키는 현재의 착각인 셈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내란전담(특별)재판부’ 설치 주장은 사법 체계의 미래를 훼손하면서까지 과거의 정치적 프레임을 관철시키려는 위험한 ‘정치적 물타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② 물타기는 근거 없는 희망에 기댄 자기기만의 한 형태입니다. 

주가 폭락이라는 현실 앞에서도 ‘언젠가는 오를 것’이라는 믿음으로 추가 자금을 쏟아붓는 투자자의 모습이 바로 그렇습니다.

이는 정치적 도박에서도 드러납니다. 

예컨대, 정치인은 실패 가능성이 있는 정책을 철회하기보다 추가 자원을 투입하며 ‘곧 성과가 나올 것’이라 공언합니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부실 자산의 회복을 기대하며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었던 은행들이 이 같은 자기기만적  희망의 덫에 걸려 있었습니다.  

내란 특별재판부도 더불어 민주당이 내란프레임의 실패에 대한 우려로 인해, 특판이라는 추가 자원을 투입하는 전형적인 물타기 도박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희망은 이성 위에 세워져야 힘이 됩니다. 맹목적 낙관주의는 단지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교훈이 물타기의 교훈이 됩니다. 

③물타기는 전략적 계산이라기 보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자존심의 다른 이름입니다. 

이는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공식화하는 고통스러운 자기성찰의 과정인 ‘손절’과 정반대의 지점에 서 있습니다.

이처럼 인지편향적 술수를  고집하는 행위는 개인뿐만 아니라 조직, 더 나아가 공동체의 운명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01년 엔론의 붕괴는 작은 부실을 감추려던 경영진의 오만이 세계적인 기업을 어떻게 한순간에 무너뜨리는지를 보여준 비극적 사례입니다.

이처럼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아집은 특정 조직의 울타리를 넘어섭니다. 명백한 오류를 부정하는 정치인의 독선이나,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개인의 삶 속에서도 현실을 외면하는 동일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결국 진정한 성공은 정도를 추구하고 꼼수를 내려놓는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손절의 고통을 감내하며 합리화한 과오를 정면으로 직시할 때, 비로소 미래로 향한 문이 열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