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용성 휴리스틱과 프레임 효과 ] 사회적 낙인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극복되는가

  • 등록 2025.09.07 19: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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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제한된 합리성 때문에 신속한 의사결정을 위해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에 의존합니다. 즉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정보를 꺼내어 사용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판단의 효율성을 높여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인지 오류를 낳기도 합니다.

특히 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적 프레임(frame)이 먼저 형성되면, 가용성 휴리스틱은 그 집단의 정체성에 ‘낙인’을 찍는 강력한 기제로 작동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낙인이 찍힌 집단에게 최우선 과제는 ‘어떻게 이 부정적 낙인을 극복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가용성 휴리스틱(Availability Heuristic)

가용성 휴리스틱이란, 어떤 사안을 판단할 때 머릿속에 가장 쉽게 떠오르는 정보를 기반으로 결론을 내리는 ‘인지적 지름길’을 의미합니다. 이는 종종 심리적 오류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①가용(可用)

가용(可用)'의 사전적 의미는 ‘쓸 수 있음 ’또는 ‘사용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어떤 자원이나 능력을 필요할 때 가져다 쓸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가용 자금’은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돈’을, ‘가용 인력’은 ‘지금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사람’을 뜻합니다.

‘가용성 휴리스틱’에서 가용성(availability)은 심리학적으로 확장되어, ‘기억 속에서 특정 정보나 기억을 얼마나 쉽게 그리고 빨리 꺼내 쓸 수 있는가’ 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그런데 정보의 가용성은  정보 자체의 속성(충격성, 생생함)과 그 정보를 접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선 정보의 특정 속성에 따라 가용성이 높아집니다. 

△감정적으로 충격적인 정보 (Emotionally Arousing) △구체적이고 생생한 정보 (Vivid & Concrete) △개인적인 경험과 관련된 정보 (Personal)등이 다른 정보보다 더 쉽게, 더 빠르게 꺼내 쓸 수 있는 정보입니다. 

예를 들어, 비행기 추락 사고 이미지, 비행기에 의한  건물 자폭 테러, 자신의 동네에서 발생한 사건등이 각각 위의 경우들에 속합니다.  

또한 같은 정보라도 가용성이 높아지는 ‘때’가 있습니다. 

즉 △최근에 접했을 때 (Recency) △반복적으로 노출될 때 (Repetition) △ 쉽게 상상할 수 있을 때 (Imaginable) 가용성은 높아집니다. 

예컨대 정보를 방금 들었을 때, 한 정보가 미디어 매체를 통해 장기간 보도 될 경우, 정보가 구체적으로 그려질 때,  이러한 정보들은 머릿속에 가장 선명하게 남아 가용성이 극도로 높습니다.

②휴리스틱(Heuristic)

휴리스틱(Heuristic)은 제한된 시간과 정보 속에서 빠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 사용하는 경험적 직관이나 어림짐작(Rule of thumb)을 말합니다. 

인간은 완벽하게 합리적이지 않기 때문에 복잡한 분석 대신 휴리스틱을 사용해 신속하게 결정을 내립니다.

하지만 휴리스틱은 정확성보다 신속성을 우선시하므로, 불완전한 추론으로 인해 인지 편향(cognitive bias)을 유발할 수 있다는 한계를 가집니다.


③가용성 휴리스틱의 유용성

가용성 휴리스틱은 인간의 제한된 인지 자원 때문에 유용합니다. 

우리의 뇌는 모든 상황에서 객관적인 통계나 확률을 계산할 수 없습니다. 이때 가용성 휴리스틱은 복잡한 분석 과정을 생략하고,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생한 정보를 통해 신속하게 판단을 내리도록 효율적인 해결책을 제공합니다. 즉, 인지적 부담을 줄여주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지적 자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빠른 판단이 필요할 때, 우리의 뇌는 가장 손쉬운 방법인 가용성 휴리스틱을 선택하게 됩니다.


◆프레임 효과와 가용성 휴리스틱: 사회적 낙인이 찍히는 과정

가용성 휴리스틱은 사람들이 판단을 내릴 때,  ‘기억의 인출 용이성’에 의존하여 쉽게 떠 오르는 단순화된 단서를 사용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심리적 경향을 말합니다. 

이러한 단순화 경향은 특정 의도를 가진 ‘프레임(Frame)’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때 더욱 강화되어, 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적 낙인을 형성하게 됩니다. 

그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1단계: 프레임화 (Framing) - 관점의 틀 설정 

언론이나 정당 같은 특정 세력이 어떤 사건이나 집단을 의도한 관점의 틀(Frame) 안에 가두어 정의합니다. 이후 이 프레임을 지속적으로 반복하여 대중에게 제시합니다.이러한 프레임 안에서 특정 단어가 반복적으로 사용되면 대중의 인식이 그 관점으로 유도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 힘을 ‘내란 동조 세력’이라는 프레임 안에 위치시키면, 해당 정당의 모든 활동은 이 ‘내란 동조’라는 필터를 통해 해석되기 시작합니다.

②2단계: 생생함 (Vividness) - 감정적 각인 

설정된 프레임은 단순히 언어로만 반복되지 않습니다. 대중의 감정을 자극하고 기억에 오래 남도록 구체적인 사례, 상징적 이미지, 강렬한 비유 등을 통해 생생함을 더합니다.

예컨대 ‘내란 동조’ 프레임을 강화하기 위해, 국민의 힘 구성원들이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장면이나 과거 발언 등을 집중적으로 부각해 보여줍니다. 이는 대중에게 감정적 반응을 유도하고 프레임을 더욱 선명하게 만듭니다.

③3단계: 가용성 (Availability) - 손쉬운 판단 기준 

이렇게 ‘프레임화 → 생생성 부각’ 과정을 거치면, 그 프레임 속 이미지가 대중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됩니다.  

이로 인해 해당 집단에 대한 판단이 필요할 때, 객관적인 사실이나 복잡한 맥락보다  강렬하고 손쉽게 떠오르는 이미지가 가장 먼저 판단의 기준으로 사용됩니다. 

결과적으로 실제 데이터·맥락보다 쉽게 떠오르는 정보가 의사결정을 지배하게 됩니다.

④4단계: 인식의 고착 (Entrenchment) - 사회적 낙인 형성

반복된 프레임과 생생한 이미지는 대중의 인식을 구조적으로 고착시킵니다. 이는 단순한 일시적 착각을 넘어, 시간이 지나도 쉽게 변하지 않는 사회적 낙인(Social Stigma)이나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결국 특정 집단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단단하게 굳어져, 장기적으로 대중의 태도와 행동에 깊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 낙인 극복 전략: 새로운 정체성 구축과 실천

프레임과 가용성 휴리스틱에 의해 한번 형성된 사회적 낙인은 대중의 인식 속에 깊고 오래 남습니다. 

따라서 이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는 단기적 대응이 아닌, 인내심을 갖고 추진하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합니다.

① 새로운 프레임 제시 (Counter-framing)

대중의 인식의 전환을 위해, 부정적 프레임에 대해 일일이 반박하고 해명하는 것은 오히려 그 프레임을 더욱 강화시키는 덫에 빠질 수 있습니다. 핵심은 전혀 다른 관점의 새로운 긍정적 프레임을 제시하여 기존의 프레임을 덮어씌우는 것입니다.

이는 집단의 정체성을  재구축하는 것입니다. 

즉 ‘우리는 OOO가 아니다’라고 방어하는 대신, ‘우리는 OOO를 추구하는 집단이다’라는 긍정적 정체성을 새로 구축해야 합니다.

정체성 구축은 핵심 가치를 선정한다는 뜻힙니다.  대중이 보편적으로 동의하는 긍정적 가치를 선점하고, 모든 메시지와 행동을 이 가치와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② 미래 비전 제시

과거의 논란에 매몰되는 것은 부정적 프레임의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만듭니다. 대중의 관심을 과거가 아닌 미래로 돌리고, ‘유능한 문제 해결 집단’이라는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시말해 과거에 대한 해명을 넘어,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희망적인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집중해야 합니다.

③ 일관된 메시지와 실천적 증명

새롭게 설정한 정체성과 비전이 대중의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정보(높은 가용성)’가 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일관된 메시지와 실천을 통한 증명이 필수적입니다.

이는 집단의 모든 구성원이 새로운 핵심 가치와 비전에 대해 일관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정보의 가용성을 높여 대중의 인식을 전환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구체적인 정책 성공을 통해 대중이 ‘이 집단은 유능하고 신뢰할 수 있다’는 긍정적 경험을 직접 체감하게 해야 합니다. 말뿐인 비전이 아닌, 실력으로 증명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부정적 낙인을 극복하는 길은 과거의 이미지를 재검토하여 미래지향적인 핵심 가치를 담은 새로운 정체성을 세우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이 정체성을 바탕으로 일관된 비전을 제시하고, 정책적 성공으로 유능함을 증명해 나갈 때, 깊게 박혔던 낙인은 서서히 벗겨질 수 있을 것입니다.





조성규기자 ondolnew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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