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통과해야만 비로소 생명이 산출된다는 ‘인과적 역설(Causal Paradox)’은 정치의 영역에서도 엄격하게 작동합니다. 현재 한국 정치의 한 축인 보수우파 진영은 이 정치적 죽음을 회피한 채 기득권 연명에만 급급하여, 진정한 정체성의 거듭남을 전혀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계엄과 탄핵 정국 이후, 보수 진영에 절실했던 것은 가치의 전면적인 붕괴와 쇄신이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계파 간의 앙상한 헤게모니 다툼이 전부였습니다. 부정선거 의혹과 같은 외부 이슈에만 화력을 집중하며 지지층을 결집하려 할 뿐, 보수 본연의 내재가치를 새롭게 증명하고 시대정신에 맞게 뼈대를 세우는 본질적 개혁은 철저히 등한시하는 한심한 행태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현상 역시 위험한 착시입니다. 이는 국민의힘 스스로 내재가치를 끌어올려 얻은 성과가 아니라, 민주당의 연이은 실책에 기댄 얄팍한 ‘반사이익’에 불과합니다. 자체적인 경쟁력을 높일 치열한 노력이나 의지는 실종된 채, 보수우파 정치인들이 오직 자신들의 공천과 안위에만 몰두하며 기득권을 지키려 한다는 뼈아픈 지적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보수우파는 상대의 실책을 먹고 자라는 반사이익의 늪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정체성의 뼈대를 완전히 새로 구축해야 합니다.
십자가의 인과적 역설이 보여주듯, 부활(생명)은 십자가(죽음)를 건너뛰고 오지 않습니다. 차라리 국민의힘이 외부의 거대한 충격에 의해 완전히 해체되고, 그 잿더미 위에서 바닥부터 새롭게 주춧돌을 놓아야 한다는 극단적인 진단까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껍데기뿐인 기득권을 쥐고 서서히 고사(枯死)하느니, 철저한 정치적 죽음(해체)을 받아들일 때 비로소 보수우파의 진정한 생명(재건)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