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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산 자의 책임인가, 판을 깐 자의 책임인가 [‘위험 소매화’의 민낯]

-개인 계좌는 녹아내리고 증권사 장부는 평온하다

김씨에게는 1억원의 여유자금이 있습니다. 반도체 업황의 상승을 확신한 그는 2억원을 투자하고 싶었지만, 마이너스통장 한도까지 소진해 더 이상 돈을 빌릴 수 없었습니다. 원칙대로라면 김씨의 베팅은 여기서 멈춰야 합니다. 가진 돈 1억원이 투자 규모를 제한하기 때문입니다.


그때 금융시장이 김씨에게 우회로를 제시합니다.


“1억원만 투자하십시오. 돈을 더 빌리지 않아도 2억원을 투자한 것과 비슷한 가격노출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김씨는 주가 상승을 확신하고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를 매수했습니다.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 역시 두 배로 확대될 수 있다는 경고도 들었지만, 눈앞의 ‘2배 수익’ 기대에 가려 그 위험은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시장이 예상과 반대로 움직이면서 시작됐습니다. 정점을 찍었던 주가가 급락하자 김씨의 원금 1억원은 2억원에 가까운 가격노출을 기준으로 빠르게 줄어들었습니다. 그제야 김씨는 자신이 떠안은 위험의 크기를 실감합니다.


“나는 대출을 받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하루 주가변동에 대한 위험만 놓고 보면 내 돈 1억원으로 2억원을 베팅한 것과 비슷한 위험을 지고 있었구나.”


물론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가 실제 대출투자와 완전히 같은 것은 아닙니다. 투자자가 직접 대출이자를 내거나 마진콜을 받는 구조도 아닙니다. 또한 기초자산의 장기 수익률을 단순히 두 배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일 수익률’의 두 배를 추종하기 때문에, 복리와 변동성 효과에 따라 장기 수익률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핵심은,  김씨가 단순히 ‘1억원짜리 상품’을 산 것이 아니라, 1억원의 자기자본으로 약 2억원 규모의 하루 가격위험을 산 것입니다.


현물시장에서는 자기자본의 크기가 자연스럽게 투자 규모를 제한합니다. 1억원을 가진 사람은 원칙적으로 1억원어치의 주식을 살 수 있습니다. 그보다 크게 베팅하려면 대출을 받거나 선물·옵션·스왑 같은 별도의 레버리지 수단을 이용해야 합니다.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는 이 자본의 울타리를 파생상품으로 넘어섭니다. 개인이 직접 돈을 빌리거나 복잡한 파생상품을 거래하지 않아도, ETF 하나를 매수하는 것만으로 자기자본보다 훨씬 큰 단일종목 가격위험을 부담할 수 있게 만든 것입니다.


따라서 이 상품을 단순한 ‘투자 선택권 확대’라고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늘어난 선택권의 실질은 같은 자본으로 더 큰 수익을 노릴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같은 자본으로 훨씬 더 큰 손실을 감수할 수 있는 베팅수단의 확대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제도를 설계하고 허용한 주체의 책임 문제가 제기됩니다.


금융회사, 정부, 금융당국, 더불어민주당은 왜 자기자본 범위 안에서 투자하던 개인에게 파생상품을 이용해 자본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통로까지 열어줘야 했는지 설명해야 합니다. 단순히 투자할 종목을 하나 더 허용한 것이 아니라, 이전보다 훨씬 적은 자본으로 훨씬 큰 단일종목 위험을 부담할 수 있는 시장을 새로 열었기 때문입니다.


카지노가 사람들에게 도박을 강제하지 않는다고 해서 카지노를 어디에, 어떤 규모로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제도 설계자의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단일종목 2배 레버리지 ETF도 “투자자가 스스로 선택했다”는 말만으로 제도적 책임을 모두 지울 수는 없습니다.


제도는 선택을 허용하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전에는 쉽게 할 수 없었던 고위험 베팅을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면,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의 크기와 투자행동 자체를 바꿔놓습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투자자의 선택 책임과 별개로 제도 설계자의 책임이 발생합니다.




상장회사를 움직인 자, 위험의 마지막까지 남아라 [ 세종메디칼이 드러낸 결정권과 위험부담의 분리 ] 기업은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합니다. 투자가 성공하면 회사와 주주가 이익을 얻고, 실패하면 그 손실도 함께 부담합니다. 이것이 정상적인 투자와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입니다. 그러나 세종메디칼에서는 그 상식이 뒤집혔습니다. 회사를 움직인 세력이 장기 위험은 법인에 남긴 채, 호재가 시장에 반영되는 순간 보유 지분을 처분해 먼저 빠져나가고 최종 손실만 일반주주에게 떠넘겼습니다. 세종메디칼은 제넨셀 구주 약 63억 원과 전환사채 약 50억 원, 합계 약 113억 원을 인수했습니다. 이 투자는 세종메디칼 법인의 자금으로 이뤄졌고, 장기적인 사업 위험도 회사 안에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그러나 경영권 인수에 참여했던 주요 투자조합들은 제넨셀 임상시험계획 승인이라는 호재가 알려진 직후 이틀에 걸쳐 세종메디칼 지분을 집중 매도했습니다. 지배세력의 대량 매도는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제넨셀 임상은 중단됐고, 세종메디칼이 취득한 제넨셀 지분은 전액 손상 처리돼 투자자산의 장부가액은 '0원'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챙겨 떠난 뒤, 투자 실패와 자산 훼손, 거래정지와 상장폐지라는 치명적 비용은 법인과 잔류 주주에게 온전히 집중됐습니다. 이는 '이익의 사유화와 비용의 사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