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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철학을 던져버린 진보좌파의 자기보존 [ 지공주의와 자유주의 ]

-표 앞에 무너진 토지공공성, 민주당의 원칙은 어디로 갔나

더불어민주당이 23일 정부의 부동산 세제개편안 완화를 요구한 것은 단순한 세율 조정의 문제가 아니라, 좌파진보 진영이 오랫동안 내세워 온 ‘토지공공성’이라는 정치적 정체성을 스스로 후퇴시키는 행위라는 비판을 낳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이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 1주택 종합부동산세의 거주·비거주 구분을 없애 달라고 정부에 강하게 요청했습니다.

표면적으로 이번 수정 시도는 부동산 민심을 반영한 정책 조정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민주당이 오랫동안 강조해 온 토지공공성의 관점에서 들여다보면 본질은 달라집니다.

정부의 원래 세제개편안은 부분적으로 진보좌파의 토지 개념에 조응하는 것이었습니다. 조지주의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오래 가지고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토지에서 얻은 이익을 우대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는 조지주의적 방향을 담고 있었습니다.

민주당의 수정 요구는 그 ‘반쪽 조지주의’를 다시 후퇴시키는 방향입니다.


◆ 조지주의 (地公主義)

헨리 조지의 토지사상, 곧 지공주의(토지는 공공의 것)를 한국 부동산 현실에 적용하면, 국가는 실거주 여부나 보유기간과 관계없이 토지에서 발생하는 경제지대에 일관되게 과세해야 합니다. 따라서 ‘1세대 1주택 실거주’나 ‘장기 보유’를 이유로 토지에서 발생한 이익까지 세제상 우대하는 것은 순수한 조지주의 원칙과는 맞지 않습니다.


① 지공주의란 무엇인가

지공주의(地公主義)는 토지는 모든 사람의 공동자산으로 보고, 인간의 노동과 자본으로 생산한 재화는 개인의 사유재산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토지사상입니다.

한국에서 ‘지공주의’라는 표현은 헨리 조지의 토지사상, 즉 토지에 대한 평등한 권리와 토지지대의 사회적 환수를 강조하는 사상적 흐름을 가리키는 데 사용됩니다.

그 출발점은 토지는 인간이 만들어낸 재산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라는 것입니다.

건물·기계·상품·개량물은 인간의 노동과 자본이 투입된 결과입니다. 따라서 그것에서 발생한 가치는 개인의 정당한 재산으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토지는 누구의 노동으로도 생산되지 않았습니다. 인간이 존재하기 전부터 있었던 자연조건입니다.

따라서 지공주의의 핵심은 토지와 자본을 같은 재산으로 보지 않습니다. 노동과 자본의 산물은 개인에게, 토지에서 발생하는 경제지대는 공동체에 귀속시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헨리 조지는 이를 위해 토지를 국가가 직접 몰수해 관리하기보다는 개인의 점유와 이용은 유지하면서, 토지에서 발생하는 경제지대를 토지가치세를 통해 공동체가 환수하는 방식을 제시했습니다.


② 조지주의의 과세 원칙 

헨리 조지의 토지사상을 한국 부동산 현실에 적용하면, 국가는 실거주 여부나 보유기간과 관계없이 토지에서 발생하는 경제지대에 일관되게 과세해야 합니다.

조지주의는 토지와 그 위에 세워진 건물을 엄격하게 구별합니다.

아파트 건물은 인간이 건설한 자본입니다. 반면 그 밑의 대지는 자연적으로 주어진 토지입니다.

따라서 조지주의가 과세하려는 핵심은 건물이나 소유자가 투입한 개량비용이 아니라 미개량 토지가치(unimproved land value)에서 발생하는 경제지대입니다.

아파트 대지가격이 상승하는 과정도 같은 논리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이 개통됩니다. 도로가 건설됩니다. 학교와 상권이 형성됩니다. 기업과 인구가 모입니다. 그 결과 특정 지역의 토지가격이 상승합니다.

이러한 가치 상승의 상당 부분은 해당 토지소유자 개인의 노동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주변 사회와 경제 전체의 변화에서 발생합니다.

따라서 조지주의가 묻는 것은  “그 집에서 누가 살았는가”가 아니라 “그 토지에서 얼마의 경제지대가 발생했는가”입니다.


③ 실거주 

이 원칙에서는 실거주 여부가 본질적인 과세기준이 될 수 없습니다.

한 사람이 같은 아파트에서 20년 동안 직접 살았다고 하겠습니다.

그동안 지하철이 들어오고 상권이 형성되면서 아파트의 대지지분 가치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소유자가 그 집에서 20년을 살았다고 해서 이 토지가격 상승분이 개인의 노동으로 만들어진 소득으로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집을 20년 보유하면서 자신의 집은 임대하고 직장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살았다고 해서 토지에서 발생한 경제지대의 성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닙니다.

따라서 순수한 조지주의에서는 실거주자와 비실거주자에게 토지지대 자체를 서로 다른 원리로 과세할 이유가 없습니다.

토지가 공동체의 자연적 기반이라는 원칙은 집주인이 그곳에서 실제로 살았는지와 관계없이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④ 장기보유

보유기간 역시 조지주의의 본질적인 과세기준이 아닙니다.

20년 동안 토지를 보유했다고 해서 그동안 발생한 토지가치 상승분이 소유자의 노동소득으로 변하지 않습니다.

5년을 보유했다고 해서 토지지대가 더 강한 공동체의 몫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조지주의의 기준은 보유기간이 아니라 토지에서 발생하는 경제지대입니다.

따라서 ‘오래 보유했으니 토지에서 발생한 이익을 더 많이 개인에게 남겨준다’는 장기보유 우대 역시 순수한 조지주의 원리에서는 정당화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조지주의의 원칙에서는 실거주자와 비실거주자, 장기 보유자와 단기 보유자를 구별해 토지지대에 대한 부담 자체를 달리할 원리적 이유가 없습니다.


⑤조지주의는 생활방식이 아니라 지대에 관심

결국 지공주의의 원칙은 ‘토지의 가치는 공동체와 공유되어야 한다’는 한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토지가 공동체의 자연적 기반이라면 그 토지에서 발생하는 경제지대 역시 소유자의 생활방식과 관계없이 동일한 원칙으로 공동체에 환수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실거주했다고 토지지대를 특별히 보호할 이유가 없고, 장기간 보유했다고 토지지대를 더 많이 개인에게 남겨줄 이유도 없습니다.

반대로 비거주했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의 토지지대를 더 강하게 환수할 이유도 없습니다.

조지주의가 묻는 것은 ‘당신이 그 집에서 살았는가’도, ‘몇 년 동안 가지고 있었는가’도 아닙니다. ‘그 토지에서 얼마의 경제지대가 발생했는가’입니다.

그런 점에서 실거주자에게는 감면하고 비거주자에게는 페널티를 주는 세제는 순수한 조지주의가 아닙니다. 조지주의는 지대를 회수하는 반면, 실거주 중심 세제는 토지소유자의 생활방식을 기준으로 과세하기 때문입니다.


◆ 양도소득세 개편 — ‘장기보유 특혜’를 없앤 반쪽 조지주의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정부의 2026년 세제개편안에는 조지주의와 닮은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동시에 존재했습니다. 한마디로 반쪽 조지주의가 적용된 겁니다.

조지주의와가장가까운부분은 양도소득세장기보유특별공제를 축소하려 한 것입니다.

오랫동안 집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공제를 계속 제공하는 것은 조지주의적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토지에서 발생하는 경제지대는 소유기간이 길다고 해서 개인의 노동소득으로 성격이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보유기간이 길다 → 더 많이 공제한다’는 원칙을 약화시킨 것 자체는 조지주의적 지대환수 논리에 가까워진 변화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장기보유 우대를 없애면서 그 자리에 실거주 우대를 넣었습니다.

바로 이 부분은 조지주의가 아닙니다.

조지주의가 묻는 것은

“얼마나 오래 가졌는가”도 아니고 “그곳에서 얼마나 오래 살았는가”도 아닙니다.

“토지에서 얼마의 지대가 발생했는가”입니다.

따라서 정부 원안은 한쪽에서는 장기보유 특혜를 없애 조지주의 쪽으로 이동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실거주라는 새로운 특혜를 만들어 다시 조지주의에서 벗어났습니다.

말하자면 ‘반쪽 조지주의’였습니다.


◆ 종부세 — 조지주의라면 실거주자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정부 원안의 종부세 역시 순수한 조지주의와는 달랐습니다.

정부안은 1주택자의 기본공제를 실거주자는 14억원으로 높이고 비거주자는 9억원으로 낮추려 했습니다.

조지주의의 원리를 적용한다면 방향은 달라집니다.

토지지대를 공동체가 환수해야 하는 이유가 토지가 자연의 일부라는 데 있다면, 실거주자에게도 같은 원리가 적용되어야 합니다.

실거주한다고 토지지대가 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조지주의적 일관성을 추구한다면 비거주자의 부담을 실거주자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아니라 실거주자에게 부여된 우대 자체를 문제 삼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 이제 '반쪽 조지주의'마저 후퇴

민주당이 1주택 비거주자의 세 부담을 실거주자 수준으로 낮추려는 작금의 행보는, 정부 원안에 남아 있던 최소한의 조지주의적 요소마저 당의 안위와 표심을 위해 허물어버리는 명백한 원칙의 후퇴입니다.

최근 민주당은 종부세에서 1주택자의 거주·비거주 구분을 아예 없애 달라고 정부에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김민석 최고위원 등 당 지도부는 비거주자의 기본공제를 현행 12억 원에서 9억 원으로 낮추고 세 부담 상한을 높이는 정부안에 대해 '숙의가 필요하다'며 제동을 걸었고,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장기거주소득공제로 바꾸는 개편안에 대해서도 보완을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여기서 치명적인 문제는 차별을 없앤다는 명목 아래 선택한 '방향'입니다.

조지주의적으로 일관하려면, 거주 여부와 무관하게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대를 동일하게 환수해야 하므로 실거주자에게 주어진 우대 자체를 거둬내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정반대로 비거주자의 세 부담을 깎아주어 실거주자 수준으로 맞추자고 주장합니다. 장기 보유 자체에 대한 세제 우대를 축소하려던 정부안의 기조를 무너뜨리고, 다시 개인의 보유 기간과 억울한 사정을 핑계로 불로소득을 보호해 주는 과거로 회귀하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민주당의 이번 선택은 단순한 세제 조정을 넘어, 오랫동안 한국 진보 정치를 지탱해 온 핵심 정체성인 '토지공공성' 철학을 스스로 내다 버리는 행위입니다.

진보 좌파의 관점에서 토지는 일반 상품과 엄연히 다릅니다. 인간이 생산한 것이 아닌 한정된 자연의 일부이며, 그 가치 상승분은 소유자 개인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토지에서 발생한 불로소득은 마땅히 사회가 환수해야 하며, 토지 재산권에는 일반 재산보다 훨씬 강력한 사회적 책임과 제한을 부과할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합니다.

이러한 토지공공성의 원칙은 한국 좌파 정치가 강력한 시장 개입과 부동산 징벌 과세를 정당화해 온 가장 중요한 철학적 무기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민주당은 세금 저항과 선거라는 현실 정치의 벽 앞에서, 자신들이 그토록 굳게 쥐고 있던 그 철학적 무기를 스스로 무장해제하고 있습니다.


◆ 개인 자유주의의 반론 — 토지의 공공성은 국가개입의 백지위임장이 아닙니다

그런데 개인 자유주의는 조지주의의 대전제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도 이번 세제개편을 비판할 수 있습니다. "토지는 공공적이다"라는 명제에서 "그러므로 실거주 여부로 세 부담을 차등화해도 된다"는 결론까지 가는 길에는, 검증되지 않은 논리적 도약이 있습니다.

① 사실과 규범의 구분 — 조지주의 출발점의 비약

헨리 조지의 조지주의는 토지를 인간의 노동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자연의 산물로 규정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지공주의는 개인의 토지 보유·사용은 인정하되 토지에서 발생하는 경제지대만을 토지가치세로 환수해 다른 세금을 대체하자는 제안입니다.

여기서 사실(is)과 규범(ought)을 구분해야 합니다. "토지는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다"는 사실 명제입니다. "그러므로 토지에서 나오는 지대는 공동체가 환수해야 한다"는 규범 명제입니다.

그런데 사실에서 규범으로 건너가려면 별도의 논증이 필요합니다. 개인이 토지를 만들지 않았다는 이유를 든다면, 같은 논리는 공동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공동체 역시 토지를 만들어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왜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가 지대에 우선권을 가져야 하는가는 여전히 답해야 할 질문으로 남습니다.

② 조지주의 전제에 대한 반박 — 로크와 노직의 재산권론

바로 이 지점에서 로크와 노직의 자유주의 재산권론은 조지주의와 갈라집니다.

로크는 『통치론』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개인이 자연 상태의 사물에 자신의 노동을 섞으면 그것을 사유재산으로 만들 수 있다.’

다만 “다른 사람에게도 충분하고 동등하게 좋은 것(토지)이 남아 있는 한”이라는 조건(로크적 단서)을 달았습니다.

로크에게 중요한 것은 자원이 원래 자연에서 왔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자원을 어떤 절차로 정당하게 취득했느냐입니다.

노직은 이 생각을 『아나키에서 유토피아로』에서 세 가지 원칙을 제시합니다.

  • 정당한 최초 취득

  • 자발적 거래를 통한 정당한 이전

  • 과거에 부정의가 있었다면 그것을 시정하는 것

이 세 원칙을 거쳐 성립된 분배라면, 결과가 아무리 불평등해도 정의롭다고 봅니다.

노직에게는 “이 재산이 지금 어떤 절차를 거쳐 내 손에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따라서 그 재산의 태초 기원이 자연물이었다는 사실만으로는 현재 소유의 정당성을 흔들 수 없습니다.

이 논리를 따르면, 정당하게 취득되고 자발적 거래와 상속을 거쳐 이전된 재산은 최초 기원이 자연물이라는 이유만으로 현재의 소유권 정당성을 잃지 않습니다.

③ 국가개입의 범위 문제 — 지대 환수와 실거주 심사는 다른 층위입니다

설령 토지의 공공성을 인정하더라도, 그 공공성이 국가에 정확히 어디까지의 개입 권한을 주는지는 별개의 문제로 남습니다.

토지에서 발생한 경제지대에 과세하는 것과, 개인이 자기 집에 실제로 거주했는지를 국가가 심사하는 것은 같은 층위가 아닙니다.

우선 "토지의 공공성 인정 → 지대 환수 가능"까지는 조지주의 원래 제안과도 맞닿아 성립하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곧바로 "토지는 공공적이다 → 국가는 주택의 정상적 사용방식을 정할 수 있다 → 정상적 사용은 실거주다 → 비거주자에게 세제상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결론까지 자동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각 단계마다 별도의 정당화가 필요합니다.

특히 '토지의 공공성'에서 '실거주가 정상적 사용'이라는 판단으로 넘어가는 대목은 단순한 경제적 판단이 아니라, 국가가 개인의 주거·직업·가족생활 선택에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를 묻는 규범적 판단입니다.

여기서 자유주의는 국가의 입증책임을 강조합니다. 국가는 왜 실거주를 정상적 사용으로 규정해야 하는지, 왜 비거주가 그 자체로 더 낮은 세제상 보호를 받아야 하는지, 왜 투기 여부가 아니라 거주 여부를 기준 삼아야 하는지를 설명해야 합니다.

헌법도 이 균형을 이미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23조 1항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고 하면서 2항에서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제14조는 "모든 국민은 거주·이전의 자유를 가진다"고 별도로 보장합니다. 재산권의 공공성과 거주·이전의 자유는 헌법상 나란히 존재하는 가치이지, 어느 한쪽이 다른 쪽을 자동으로 압도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습니다.

결국 자유주의의 반론은 토지의 공공성 자체를 부정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공공성을 인정하더라도 국가개입의 범위에는 한계가 있어야 하며, 그 한계를 넘어 개인의 거주·직업 선택까지 세금으로 평가하려면 별도의, 더 강한 정당화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번 세제개편은 그 정당화를 아직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철학보다 자기보존이 먼저인 진보좌파

① 철학을 지키는 진보좌파

민주당의 연이은 정책 전환은 정당의 근본적인 철학을 묻게 합니다. 정책선택의 최종 기준이 진보좌파적 철학이 아니라, 선거를 앞둔 정치적 자기보존에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종부세 개편안은 장기보유 우대를 축소했다는 점에서는 조지주의와 닿아 있었으나, 그 자리를 실거주 우대로 대체했다는 점에서 '반쪽 조지주의'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지공주의 관점에서 보면, 민주당은 최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1주택 종부세의 거주·비거주 구분을 없애자고 요구하며 이 반쪽마저 후퇴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이를 악화된 부동산 민심 수습과 2028년 총선을 의식한 행보로 분석합니다. 당이 공식적으로 '정치적 이익'을 이유로 내세우지는 않았으나, 좌파 정치인들이 사적이익을 위해 원칙을 꺾었다는 겁니다.

이는 진보좌파진영에서 오랫동안 내세워온 '토지공공성'의 정체성과 정면으로 충돌합니다. 토지의 지대를 공동체가 환수해야 한다는 원칙이 옳다면, 이는 여론이 우호적일 때만 적용하는 선택지가 될 수 없습니다.

조지주의적으로 일관하려면 정치적 부담이 커졌다고 해서 비거주자의 세 부담을 실거주자 수준으로 낮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거주자에게 부여된 우대 자체를 철폐해야 맞습니다. 지대 환수 자체를 무력화하는 것은 평등화가 아니라 좌파적 관점에서 공공성의 포기입니다.

따라서 진보좌파진영은 토지공공성이 굽힐 수 없는 원칙임을 선언하고, 정치적으로 불리하더라도 이를 감내해야 합니다.

반대로 개인의 거주이전의 자유와 재산권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면, 이번 비거주자 세제만 핀셋으로 고칠 것이 아니라 그동안 추진해 온 징벌적 부동산 정책 전반을 재검토해야 합니다. 세금을 징수할 때는 공동체를 무기로 삼고, 표가 위협받을 때는 개인의 억울한 사정을 방패로 삼는 것은 철학이 아니라 국민에 대한 기만이며 표심을 향한 야합입니다.


② 보완수사권 폐지 vs 토지 정책

민주당의 토지 정책 후퇴는 좌파 진영의 의사결정 기준이 철학이 아닌 사적 이익임을 여실히 드러냅니다. 수사 공백 우려에도 밀어붙인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와, 표심 이탈이 두려워 허물어버린 부동산 세제의 이율배반이 이를 웅변하고 있습니다.

보완수사권 폐지의 공식적 명분은 수사와 기소 분리를 통한 선진적 형사사법체계 구축이었습니다. 그 자체로 확고한 개혁 원칙을 내세운 것입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수사 공백과 피해자 구제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사회적 우려가 컸고, 결과적으로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정치인들의 형사적 위험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매서운 비판도 제기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 원칙을 단호하게 밀어붙였습니다.

반면 부동산 세제에서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입니다. 표심 이탈이 두려워지자 자신들이 그토록 성역처럼 내세웠던 토지공공성의 원칙을 앞장서서 허물고 있습니다.

사회적 우려와 비판이 제기된 사안에서는 단호하던 원칙이, 정치적으로 불리한 사안 앞에서는 한없이 유연해진 것입니다.

두 사안을 대하는 잣대가 이토록 다르다면 유권자는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민주당의 의사결정을 움직이는 진짜 동력은 자신들이 주장해 온 좌파적 원칙인가, 아니면 당의 사적 이익인가라는 질문이 그것입니다.

정당의 정체성은 여론이 우호적일 때 외치는 화려한 구호로 증명되지 않습니다. 자신이 내세운 원칙이 표와 권력에 뼈아프게 작용할 때조차 그것을 지켜내느냐에서 비로소 증명됩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이 지금 타협의 테이블에 올려놓은 것은 단순히 종부세나 양도세의 공제율 몇 퍼센트가 아닙니다. 오랫동안 진보 진영을 지탱해 온 정치적 정체성 그 자체입니다.

원칙이 내 편에게 유리할 때는 '개혁'의 무기가 되고, 불리할 때는 언제든 수정할 수 있는 얄팍한 '수단'에 불과하다면, 이는 좌파 진영의 의사결정이 철학이 아닌 사적 이익에 기초하고 있음을 스스로 입증하는 꼴입니다.

국민은 이번 세제 논란을 단순한 세금 계산서가 아니라, 민주당이 자신들의 진짜 의사결정 잣대가 무엇인지 역사 앞에 '커밍아웃'한 사건으로 기억할 것입니다.


③ 86운동권의 변절

여기서 안타까운 질문이 제기됩니다.

과거 그렇게 당당했던 86 운동권은 왜 그렇게 변절했는가 라는 질문입니다.

원인은 그들이 목숨 걸고 지키고자 하는 대상이 '진보적 원칙'에서 '자신들의 기득권'으로 탈바꿈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과거 군부 독재와 싸우던 시절, 이들을 움직인 동력은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민주주의라는 대의였습니다. 그러나 30년이 지나 이들이 정치 권력의 중심에 서고 ‘중민’에서 기득권자로 탈바꿈한 지금, 이들의 최종 의사결정 잣대는 철저히 조직의 안위와 사적 이익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꺾여버렸습니다.

원칙이 기득권을 위협할 때 이들이 선택한 것은 성찰이 아니라 변절입니다. 부동산 세제 앞에서는 표심 이탈이 두려워 평생을 외쳐온 토지공공성 철학을 헌신짝처럼 내던집니다.

반면 형사사법제도 앞에서는 수사 공백이라는 국민적 우려를 묵살하면서까지 정치인 자신들의 안전을 도모합니다. 과거에는 권력에 맞서며 도덕적 우월감을 쌓았지만, 이제는 스스로 최고 권력이 되어 '내로남불'의 특권을 누리는 데 완벽히 길들여진 것입니다.

결국 작금의 이율배반은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실수가 아닙니다. 과거의 화려한 훈장과 진보라는 껍데기만 남은 채, 속으로는 누구보다 현실의 기득권에 안주해 버린 86세대 정치 엘리트들의 필연적인 귀착지입니다.


④ 좌파진보진영의 의원들의 일관성을 기대하며

그래도 기자는 안심입니다. 민주당이 결국 자신의 정체성을 버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민주당과 진보 진영이 오랫동안 강조해 온 토지공공성의 철학에 따르면, 토지는 개인만의 것이 아니며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대에는 엄연히 공동체의 몫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민심이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낮추고 예외를 넓히는 것은 자신들이 세워온 원칙과 전혀 맞지 않습니다. 진정으로 조지주의적 원칙에 충실하려면 오히려 실거주자에게 주어진 우대마저 거두고, 거주 여부와 무관하게 동일한 원칙으로 지대를 환수하는 방향으로 가야 마땅합니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주도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열혈 좌파 의원들이 이 원칙의 훼손을 수수방관할 리 없습니다. 보완수사권 폐지를 밀어붙일 때 보여준 그 강력한 정치적 의지와 추진력의 단 1%만 할애해도 자신들의 토지공공성 원칙을 지켜내기엔 충분할 것입니다.

그러니 다가올 수정안은 오히려 기대해 볼 만합니다. 정치적 부담을 피해 비거주자의 세금을 낮추는 얄팍한 타협안이 아니라, 좌파진영이 자신의 철학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선명한 수정안이 나올 테니까요. 실거주든 비거주든 예외 없이 동일한 과세 원칙을 적용하고, 장기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불로소득을 특별히 보호하지 않는 과감한 방향 말입니다.

그래야 좌파진보 답습니다. 보완수사권 문제에서 자신들이 옳다고 믿는 개혁을 위해 그토록 맹렬한 에너지를 쏟았다면, 토지 문제에서도 마땅히 그래야 합니다. 선거가 불리해졌다고 하루아침에 토지공공성 철학을 거둬들일 가벼운 정당은 아닐 것이라고 기자는 믿습니다.

정체성을 지키는 정당에게 답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세금을 깎아주며 자신들의 사적이익을 추구하는 대신, 정치적으로 뼈아프더라도 자신들이 주장해 온 철학을 지켜내는 것입니다.

기자는 법사위 소속 좌파진보 의원들이 이번에도 그 눈부신 일관성을 어김없이 보여줄 것이라 기대합니다.





상장회사를 움직인 자, 위험의 마지막까지 남아라 [ 세종메디칼이 드러낸 결정권과 위험부담의 분리 ] 기업은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합니다. 투자가 성공하면 회사와 주주가 이익을 얻고, 실패하면 그 손실도 함께 부담합니다. 이것이 정상적인 투자와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입니다. 그러나 세종메디칼에서는 그 상식이 뒤집혔습니다. 회사를 움직인 세력이 장기 위험은 법인에 남긴 채, 호재가 시장에 반영되는 순간 보유 지분을 처분해 먼저 빠져나가고 최종 손실만 일반주주에게 떠넘겼습니다. 세종메디칼은 제넨셀 구주 약 63억 원과 전환사채 약 50억 원, 합계 약 113억 원을 인수했습니다. 이 투자는 세종메디칼 법인의 자금으로 이뤄졌고, 장기적인 사업 위험도 회사 안에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그러나 경영권 인수에 참여했던 주요 투자조합들은 제넨셀 임상시험계획 승인이라는 호재가 알려진 직후 이틀에 걸쳐 세종메디칼 지분을 집중 매도했습니다. 지배세력의 대량 매도는 주가 급락으로 이어졌습니다. 이후 제넨셀 임상은 중단됐고, 세종메디칼이 취득한 제넨셀 지분은 전액 손상 처리돼 투자자산의 장부가액은 '0원'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챙겨 떠난 뒤, 투자 실패와 자산 훼손, 거래정지와 상장폐지라는 치명적 비용은 법인과 잔류 주주에게 온전히 집중됐습니다. 이는 '이익의 사유화와 비용의 사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