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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 Mind

[ Music & Mind ] 생상스 '이집트'가 빚어낸 이국적 샌드위치 [ 생상스 피아노 협주곡 5번 ①]

-맹렬한 토카타로 억눌린 응어리 씻어내

생상스의 피아노 협주곡 제5번은 독특한 샌드위치를 떠올리게 합니다.

샌드위치의 맛은 양쪽 빵과 그 사이를 채우는 속재료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 작품에서도 1악장과 3악장은 샌드위치의 두 장의 빵, 2악장은 그 사이를 채우는 이질적인 속재료에 해당합니다.

먼저 1악장은 담백하고 고전적인 빵의 맛입니다. 코랄풍의 안정감, 소나타 형식의 균형, 절제된 우아함이 서양 고전음악의 질서를 보여 줍니다.

반대로 2악장은 강렬한 향신료가 들어간 속재료입니다. 누비아의 사랑 노래, 아랍풍 선법, 자바 가멜란을 연상시키는 음향, 나일강의 밤 풍경이 한데 어우러져 서양 협주곡에서는 보기 드문 이국적인 풍미를 만들어 냅니다.

마지막 3악장은 바삭하고 역동적인 또 다른 빵입니다. 토카타풍의 빠른 리듬과 끊임없는 운동성, 피아노의 화려한 타건이 작품을 다시 서양 협주곡의 추진력과 균형 속으로 되돌려 놓습니다.

이 협주곡의 진정한 매력은 세 악장이 모두 같은 맛을 내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양쪽의 빵은 서양 고전음악의 질서와 균형을 유지하지만, 그 사이에는 완전히 다른 문화와 풍경이 담긴 이국적인 속재료가 들어 있습니다.

결국 《이집트》는 고전적인 서양 협주곡이라는 빵 사이에, 이집트와 누비아, 중동과 자바의 향기를 담아낸 음악적 샌드위치라 할 수 있습니다. 이질적인 두 세계가 충돌하지 않고 하나의 음식처럼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이 협주곡만의 독특한 맛이 완성됩니다.


▲1악장

먼저 1악장은 담백하고 고전적인 빵의 맛입니다. 빵은 화려한 향신료보다 밀가루와 발효, 굽기의 균형으로 맛을 내듯, 1악장도 화려한 이국적 색채보다 질서와 균형, 절제된 아름다움으로 청자를 맞이합니다.

곡은 피아노가 차분하게 노래하듯 제시하는 선율로 시작합니다. 찬송가처럼 정적이고 품격 있는 코랄풍 울림으로 첫인상을 채웁니다.

곧 피아노의 빠른 패시지와 화려한 기교가 등장하지만, 이는 질서를 깨뜨리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격정적인 움직임도 다시 코랄풍의 안정감 속으로 돌아오며, 모든 긴장과 에너지는 결국 큰 흐름 속에서 정리됩니다.

이어 등장하는 Dolce un poco rubato의 제2주제는 자연스럽게 호흡하는 유려한 선율입니다. 정박에 엄격하게 맞추기보다 노래하듯 미세하게 빠르기를 늦추거나 당기는 '루바토(rubato)' 기법을 사용하여 기계적인 박자에서 벗어납니다.

결국 1악장의 진정한 매력은 자극적인 양념을 덜어내고 기본기에 충실한 '담백함'에 있습니다. 복잡하고 요란하게 기교를 뽐내는 대신, 뼈대가 튼튼한 고전적인 규칙 위에 우아함만을 절제 있게 얹었습니다.

이러한 1악장의 깔끔하고 담백한 맛은 곧이어 등장할 2악장의 강렬하고 이국적인 풍미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완벽한 바탕이 됩니다.


▲2악장

반대로 2악장은 강렬한 향신료가 들어간 속재료입니다. 2악장이 그토록 이국적인 이유는 서양 고전음악 특유의 엄격한 논리를 내려놓고, 이질적인 타문화의 소리들을 가감 없이 펼쳐 내기 때문입니다. 1악장이 서구적 질서와 균형을 보여 주었다면, 2악장은 서양 협주곡에서는 보기 드문 낯선 문화의 향기와 색채를 한꺼번에 펼쳐 보이며 청자를 낯선 세계로 이끕니다.

이 악장은 하나의 주제를 정교하게 쪼개고 발전시키는 전통적인 형식과 확연히 다릅니다. 대신 발길 닿는 대로 장면이 전환되는 즉흥적인 '랩소디' 형식을 취합니다.

도입부터 팀파니의 강한 타격과 피아노의 이국적인 음형이 낯선 세계의 문을 엽니다. 이어 생상스가 나일강에서 직접 채보했다는 '누비아 뱃사공의 사랑 노래'가 악장의 중심을 잡고, 중동풍 선법이 스며든 자유로운 흐름이 이어지며 음악은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듭니다.

후반부에서는 인도네시아 자바 가멜란을 연상시키는 금속성 음향과 평행 화음이 또 다른 이국적 풍경을 엽니다. 마침내 현악기의 가늘게 비비는 마찰음과 피아노의 짧고 높은 타격이 뒤섞이며, 나일강 밤의 벌레와 개구리 울음소리를 함께 떠올리게 하는 자연의 인상을 음악 속에 녹여 냅니다.

이처럼 2악장은 하나의 주제를 논리적으로 발전시키기보다, 서로 다른 문화와 풍경을 차례로 보여 주는 음악 여행기에 가깝습니다. 누비아와 중동, 자바, 나일강의 밤이 하나의 악장 안에서 이어지며 서양 협주곡에서는 보기 드문 이국적인 풍미를 만들어 냅니다.

바로 이 강렬한 '속재료'가 앞뒤의 담백한 '빵'과 대비를 이루면서 생상스의 《이집트》만이 가진 독특한 샌드위치의 맛을 완성합니다.


▲3악장



3악장의 핵심은 2악장의 몽환적이고 이국적인 여행에서 깨어나, 다시 서양 협주곡 본연의 밝고 명료한 질서로 단숨에 귀환하는 데 있습니다. 1악장이 부드럽고 담백한 빵이었다면, 3악장은 빠르고 규칙적인 리듬으로 구워 낸 '바삭한 빵'입니다. 전혀 다른 질감의 이 역동적인 빵이 2악장의 강렬한 속재료를 뒤에서 단단하게 감싸며 샌드위치 전체의 구조를 완성합니다.

이 악장을 지배하는 것은 쉴 새 없는 질주입니다. 피아노는 부드럽게 노래하는 대신 건반을 타악기처럼 빠르고 또렷하게 두드리며, 훗날 생상스가 이 대목의 재료를 가져다 별도의 《토카타》(Op.111)를 작곡했을 만큼 선명한 운동성을 지닙니다.

토카타는 건반 악기의 기교와 에너지를 전면에 내세우는 빠른 음악입니다. 스케일과 아르페지오가 한순간도 멈추지 않고 튀어나오며 음악을 앞으로 밀어붙입니다. 양손이 번갈아 건반을 타악기처럼 때리는 느낌이 강합니다. 선율의 서정성보다 손의 움직임과 폭발적인 타격감이 중심이 됩니다.

생상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3악장은 바로 이 토카타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습니다. 2악장의 몽환적이고 자유로운 랩소디와 정반대로, 피아노가 거의 멈추지 않고 질주하며 작품 전체를 강렬한 에너지로 마무리합니다.

특히 도입부의 피아노 저음에서 반복되는 빠른 음형은 배의 프로펠러가 물살을 가르며 회전하는 듯한 추진력을 만듭니다. 그 위로 피아노의 화려한 패시지와 관현악의 밝은 선율이 겹치며, 배가 빠르게 나아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이처럼 3악장의 미덕은 이 끝없는 질주가 청자에게 안기는 해방감과 카타르시스에 있습니다. 피아노와 관현악이 격렬하게 얽히며 쏟아내는 에너지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이 질주는 청자를 2악장의 몽환에서 현실로 데려와, 그 현실의 고뇌마저 씻어 냅니다.

결국 두 개의 빵(1악장의 담백함, 3악장의 바삭함)이 서로 다른 질감으로 2악장의 강렬한 속재료를 앞뒤에서 감싸며, 생상스의 《이집트》만이 가진 독특한 샌드위치의 맛을 완성합니다.


■ 박종해의 토카타


지난 5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제117회 정기연주회에서 피아니스트 박종해가 선보인 생상스 피아노 협주곡 제5번 3악장은, 곡 특유의 토카타적 성격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온 압도적인 무대였습니다. 2악장의 몽환적인 이국 여행에서 청자를 깨워 현실로 복귀시키는 이 피날레에서 그는 맹렬하고 쉼 없는 질주로 완벽한 해방감을 선사했습니다.

이번 연주의 가장 큰 특징은 오케스트라와의 대화 속에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고 주도권을 틀어쥔 피아노의 압도적인 추진력에 있습니다.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의 관현악이 두터운 음향으로 든든하게 받쳐 주는 지점에서도 박종해의 피아노 소리는 그 두꺼운 소리 속에 묻히지 않았습니다. 오케스트라의 두툼한 화음 뒤편으로 사라지지 않고 자신의 선과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냈습니다.

이러한 박종해 특유의 거침없는 타건은 건반을 두드리는 3악장 본연의 토카타풍 '질주감'을 한층 더 날카롭게 부각시켰습니다. 마치 거칠게 물살을 가르는 배의 프로펠러처럼 첫 음부터 마지막 화음에 이르기까지 고삐를 늦추지 않고 에너지를 밀어붙였습니다.

특히 스케일과 아르페지오가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대목에서 그의 타건은 단순히 빠른 연주를 넘어, 건반을 때리는 에너지가 객석까지 물리적으로 전달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처럼 박종해의 소리는 타건 자체가 만들어 내는 압력과 에너지를 느끼게 하였고, 그 에너지는 한 대목도 흐트러지지 않고 악장 끝까지 유지되었습니다. 프로그램 북에 소개된 그의 연주 성향—강한 내면과 진실된 감성을 최고 수준의 기교로 표현하면서도, 무대 위 압도적인 존재감과 자유로운 해석—이 3악장에서 그대로 구현된 것입니다.

결국 끝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내달린 박종해의 에너지는 객석을 장악했고, 복잡한 현실의 스트레스와 답답함을 단숨에 폭발시키며 청자에게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안겼습니다.

(사적 탐욕을 정의로 둔갑시킨 권력자들이 만들어낸 폭력적인 ‘현실’ 속에서, 겹겹이 쌓인 응어리와 분노가 이토록 통쾌하게 씻겨 나갈 수 있음을 생상스의 토카타는 완벽하게 입증합니다.)





기사 요약과 Quiz: '하지 않을 자유'가 없어질 때, 숨이 막힌다 [ 디리지즘과 반도체 클러스터 ] [ 기사 요약 ] 기사 제목 호남 반도체 논쟁의 본질은 ‘하지 않을 자유’입니다 기사 주제 이 글은 정부의 용인·호남 반도체 동시 추진 구상이 단순한 지역 투자 논쟁이 아니라, 기업이 시장 상황을 보고 투자 여부와 시점을 조정할 수 있는 실물옵션, 특히 ‘투자하지 않을 자유’를 제약할 수 있다는 문제를 다룹니다. 핵심 내용 요약 정부의 용인·호남 반도체 동시 추진 구상은 겉으로는 국가 산업전략의 속도전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글은 이 논쟁의 본질이 속도가 아니라 기업의 선택권, 즉 시장이 나쁠 때 투자하지 않을 자유에 있다고 봅니다. 반도체 투자는 전력, 용수, 인허가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하이퍼스케일러의 AI 투자 사이클, 메모리 가격, 고객 주문, 공장 가동률이 맞물려야 수익성이 생깁니다. 이러한 변수들은 정부가 책임지겠다고 해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글은 이를 실물옵션 이론으로 설명합니다. 실물옵션은 기업이 미래 시장 상황을 보고 투자할지, 미룰지, 포기할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특히 반도체처럼 투자 규모가 크고 변동성이 높은 산업에서는 타이밍 옵션, 즉 나중에 보고 결정할 권리가 중요합니다. 용인을 먼저 추진하고 호남 투자를 나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