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권 폐지는 ‘수사·기소 분리’와 ‘검찰개혁의 완성’이라는 기표로 제시됩니다. 이 기표가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의미는 검찰권의 남용을 막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기표의 밑바닥에는 다른 기의가 놓여 있습니다. 일부 86세대 급진세력과 이들의 후예인 신세대 진보좌파세력은 검찰을 단순한 형사사법기관이 아니라, 민중의 이익과 구조적으로 대립하는 기득권 권력으로 봅니다. 이런 인식에서는 보완수사권도 시민을 보호하는 제한적 기능이 아니라, 검찰에 남겨진 기득권의 잔여 권력으로 해석됩니다.
이러한 해석은 1980년대 운동권의 사회구성체 논쟁과, 그 진단에 기초한 변혁론에서 출발합니다. 이후 모순론과 통일전선 전략이 이 틀과 결합했습니다.
여기에 군사독재 시기 공안수사와 정치사건 기소 경험이 더해지면서, 검찰은 ‘민중의 적’이자 ‘기득권의 법적 무기’라는 상징으로 굳어졌습니다.
그 연결 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회구성체론은 한국 사회의 지배구조를 진단했습니다.
변혁론은 그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세력과 국가기구를 변혁의 대상으로 배치했습니다.
모순론과 통일전선 전략은 그 세력들을 주요 적대의 상대편에 놓았습니다.
공안수사와 기소의 현실 경험은 검찰을 그 지배질서의 구체적인 집행기관으로 각인했습니다.
그 결과 오늘의 보완수사권은 시민 보호 기능보다 검찰에 남겨진 ‘기득권의 잔여 권력’으로 해석되기 쉬워졌습니다.
◆ 사회구성체 논쟁
1980년대 한국 급진적 사회운동 진영의 핵심 질문은 “한국 사회는 어떤 성격의 사회인가”였습니다.
이 사회구성체 논쟁은 단순한 학술 논쟁이 아니었습니다. 한국 사회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누가 급진 변혁의 주체이고, 대립구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고, 그래서 어떤 방식으로 기존 질서를 바꿀 것인지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NL 계열은 한국 사회의 핵심 문제를 외세에 대한 종속에서 찾았습니다. 한국은 겉으로는 독립국가이고 자본주의가 발전한 사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국 중심 제국주의 질서에 예속돼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 관점에서 국내 군부·관료·재벌·보수 정치세력은 외세와 결합한 예속 지배층으로 이해됐습니다.
이같은 인식하에, NL이 설정한 기본 대립은 단순한 정부–야당 경쟁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구조였습니다.
민중·민족 vs 제국주의와 예속 지배세력
반면 PD 계열은 한국 사회가 이미 상당히 발전한 자본주의 사회라고 판단했습니다. 미국의 영향력과 종속성은 인정하되, 국내에서 국가권력과 독점자본이 결합해 노동자를 착취하는 구조를 더 근본적인 문제로 봤습니다.
PD가 설정한 기본 대립은 이렇게 요약됩니다.
노동자·민중 vs 자본과 국가권력
그런데 두 진영은 사회의 성격과 우선적 대립을 다르게 보았지만, 하나의 공통된 시각을 공유했습니다.
국가와 그 기관을 사회의 지배관계와 무관한 중립적 장치로 보지 않고, 어느 편의 질서를 유지하는가를 기준으로 바라보게 된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검찰을 포함한 국가기관을 보는 기본 좌표가 생깁니다.
운동권이 검찰을 볼 때, 출발점은 “검찰이 어떤 형사사법 기능을 수행하느냐”가 아니라 “검찰이 어떤 질서를, 누구의 편에서 지키고 집행하느냐”였습니다. 검찰은 처음부터 독립된 적으로 이름이 올라간 것은 아니더라도, 민중과 대립하는 지배질서를 떠받치는 기관으로 인식되었습니다.
◆ 변혁론
사회구성체론이 한국 사회의 병명을 진단했다면, 변혁론은 그 병을 어떻게 고칠 것인지 제시한 처방이었습니다.
특히 변혁론은 대립구조를 구체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누가 적이고, 누가 동지인가”, “어느 편과 연대해야 하는가”가 하나씩 구체화됩니다.
NL 변혁론은 NLPDR, 곧 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혁명론이었습니다. 이는 한국 사회의 우선 과제를 민족해방과 민중민주주의 변혁으로 설정했습니다.
NL 계열은 가장 중요한 적을 제국주의와 그에 결합한 군부독재·보수 지배세력으로 보았고, 이에 맞서 노동자·농민뿐 아니라 학생·지식인·도시 중간층·일부 민족자본가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통일전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PD 변혁론은 자본주의 착취 구조와 국가독점자본을 핵심 적대로 설정했습니다. 따라서 노동자계급이 변혁의 중심이 되고, 국가와 자본의 결합을 해체하는 계급투쟁이 강조되었습니다.
이 두 변혁론에는 공통된 상대편이 있었습니다. 국가권력의 핵심 기관들이 변혁의 상대편으로 배치됩니다. 검찰도 이 틀 안에서, 법률과 형벌을 통해 기존 질서를 유지하는 사법·공안 체계의 일부로 놓입니다.
다만 이 단계에서 검찰이 처음부터 ‘최우선 타도 대상’으로 등장한 것은 아닙니다. 사구체론과 변혁론은, 급진 운동권이 검찰을 권위주의적 질서를 법적으로 유지하고 집행하는 기관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이념적 토대를 제공했을 뿐입니다.
검찰을 민중과 구조적으로 대립하는 대립물, 곧 “기득권”이라고 명확히 이름 붙이게 만든 것은 NL의 변혁론 자체가 아니라, 그 이후에 이어진 정치·역사적 경험이었습니다.
◆ 모순론 -적과 아군의 배치를 정교화
사구체논쟁과 변혁론에 마오의 모순론이 결합하면서, 대립 구도는 더 선명해집니다.
모순론은 한 사회에 여러 갈등이 동시에 존재하더라도, 특정 시기에는 하나의 대립이 주요 모순이 되고, 나머지는 부차적 모순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 봅니다. 이 틀 속에서, “어느 갈등을 지금 가장 중요한 싸움으로 볼 것인가”, “어느 세력을 주된 적과 동지로 삼을 것인가”가 정해집니다.
NL 계열은 민중 vs 제국주의·예속 지배세력의 대립을 주요 모순으로 설정했습니다. PD는 노동 vs 자본·국가권력의 계급 대립을 중심에 놓았습니다.
이제 국가기관은 기능과 절차만으로 평가되기보다, 주요 모순의 한 축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이 맥락에서 검찰도 다음과 같은 위치로 해석되었습니다.
검찰은 권위주의 국가와 기존 지배질서를 법적으로 집행하는 기관이다.
따라서 민중과 대립하는 주요 적대 진영에 속한다.
이처럼 사회구성체론과 변혁론이 검찰의 구조적 좌표를 설정해 두었다면, 모순론과 통일전선 전략은 검찰을 ‘주요 모순의 상대편’, 곧 ‘적의 진영’에 배치하는 실천적 행동 지침으로 작동했습니다.
지금까지 사구체논쟁, 변혁론, 모순론을 요약하면 흐름은 이렇습니다.
사회구성체론이 한국 사회의 지배구조와 기본 대립을 그렸다.
변혁론이 그 구도에서 변혁할 세력과 연대할 세력을 정했다.
모순론과 통일전선 전략이 그 세력들을 주요 적대와 부차적 갈등의 질서 속에 배열했다.
이제 남은 것은, 이 구도가 현실 경험을 만나면서 얼마나 강한 상징으로 바뀌는가입니다.
◆ NL 승리와 공안 경험
검찰을 기득권, 곧 민중과 구조적으로 대립하는 적으로 명확히 규정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NL 계열이 1980년대 후반 학생운동과 변혁운동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면서 일어납니다.
NL이 그려낸 대립 구도, 곧 ‘민중·민족 vs 제국주의와 예속 지배세력’이라는 틀이 운동권의 기본 상식으로 자리 잡자, 이 구도 안에서 검찰의 위치도 한층 더 선명해집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층이 겹쳐 있습니다.
첫째, 이념의 층입니다.
사구체론과 변혁론은 이미 군부·보수정당·재벌과 함께 국가권력을 지배질서를 유지하는 쪽에 배치해 두었습니다. 모순론과 통일전선 전략은 이 지도를 따라 “민중 편”과 “예속 지배세력 편”을 나누고, 제국주의와 그 예속지배층을 주요 모순의 상대, 곧 주된 적으로 설정했습니다.
NL이 승리하면서 이 구도는 “운동권의 상식”이 됩니다. 그 상식 속에서 검찰은 자연스럽게 예속 지배세력 쪽에 서 있는 국가기관으로 분류됩니다.
둘째, 현실 경험의 층입니다.
군사독재 시기 공안수사와 정치사건 기소는 이 이념 틀에 강한 현실감을 덧칠했습니다.
학생운동·재야·노동운동의 입장에서 검찰은, 국가보안법·시국사건·노동사건을 기소해 구금과 재판, 실질적인 처벌로 이어지게 만드는 마지막 관문이었습니다. 경찰과 정보기관이 현장에서 체포·조사를 담당했다면, 검찰은 그 폭력과 통제를 법적 절차와 형벌로 확정하는 기관으로 기억된 것입니다.
이 두 층이 합쳐지면서, 검찰에 대한 인식은 이렇게 굳어집니다.
이념적으로는, 제국주의와 예속 지배세력이 사용하는 국가의 법적 무기.
현실적으로는, 군부독재와 보수 지배질서가 반대세력을 처벌하는 탄압기관.
그 결과 검찰은, 단순히 “국가기관 중 하나”가 아니라, NL식 대립 구도 속에서 민중과 구조적으로 대립하는 기득권 진영의 대표 상징, 동시에 민중의 적대 대상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 86 급진 정치세력의 보완수사권의 성격
이 지점에서, 오늘 일부 86세대가 보완수사권을 바라볼 때 출발점은 “검찰이 어떤 형사사법 기능을 수행해 왔는가”가 아닙니다.
기능론적 제도로의 보완수사권은 다음과 같이 평가합니다.
경찰이 핵심 증거를 빠뜨리면 누가 다시 확인하는가
경찰이 법리를 잘못 적용하면 누가 이를 교정하는가
피해자가 부실수사에 이의를 제기하면 어느 기관이 실질적으로 재검토하는가
검찰의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면 그 범위를 어떻게 제한하고 통제하는가
검찰권을 줄인 뒤 강화되는 경찰권은 누가 견제하는가
그러나 ‘민중·민족 vs 기득권 지배세력’의 NL식 대립구도에선 검찰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질문이 달리 제기됩니다.
그들이 먼저 떠올리는 것은,
사구체논쟁과 변혁론이 그려낸 지배구조의 지도
NL 승리 이후 굳어진 민중 vs 예속 지배세력의 대립 구도,
그리고 공안수사와 기소를 통해 체험한 검찰의 얼굴입니다.
그 위에서 보완수사권은 시민 보호 절차가 아니라, 검찰에 남겨진 기득권의 잔여 권력으로 읽힙니다.
때문에 그들에게 보완수사권 폐지는, 제도 조정이라기보다 오랫동안 구조적 적으로 규정해 온 기관의 마지막 권한을 제거하는 정치적 타격에 가까운 의미를 갖게 됩니다.
◆ 검찰 보완수사권의 의미 : 전선선택의 기준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면,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없애는 선택은 다음과 같은 역사적 상징을 띠게 됩니다.
검찰개혁의 완성
사구체론 변혁론하에서의 대립물인 기득권 권력의 최종 해체
민중(좌파진보진영의 정치인과 시민단체 인물 포함)을 탄압한 사법 권력과의 관계 단절
이 상징이 강해질수록, 보완수사권을 남겨두자는 주장은 단순히 “피해자 구제 기능을 중시하는 기술적 견해”로 남지 않습니다.
이러한 검찰의 기능론을 강조하는 자는 모순론하에서의 기득권 권력의 잔존을 허용하려는 세력, 곧 전선 상에서 “개혁 진영”이 아닌 쪽으로 분류되기 쉽습니다.
이 지점에서 제도적 논쟁은 도덕적·역사적 전선 선택으로 전환됩니다.
보완수사권 폐지에 찬성하면, 이 인물은 “민중·개혁의 편”에 선 것으로 인정됩니다.
일부 존치나 예외를 주장하면, “모순론하에서 대립물인 기득권과 타협하는 편”, “개혁에 이탈하거나 후퇴하는 반동세력”으로 읽힙니다.
이렇게 되면, 원래라면 제도의 기능과 실제 결과를 놓고 벌여야 할 토론이 달라집니다.
“경찰 수사의 누락을 누가 보완할 것인가?”
“피해자의 권리를 어떤 절차로 지킬 것인가?”
“검찰·경찰·새 기관의 견제·균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같은 질문은 뒤로 밀리고, 논쟁의 중심에는 전선선택이 중시됩니다.
“당신은 어느 전선에 서는가?”
“검찰과 기득권 편인가, 검찰 해체·민중 편인가?”
결국 제도 토론은 진영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정치적 심판으로 바뀝니다.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는 형사사법 체계의 설계 문제라기보다, “민중과 기득권의 싸움에서 누구의 편을 드는가”를 고발하는 표지로 작동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검찰 보완수사권 논쟁은 ‘우리 vs 그들’의 선을 어디에 긋는가를 정하는 기준, 곧 구분 경계선에서 어느 편에 설 것인지 선택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동합니다.
바로 이 전환이, 오늘의 보완수사권 논의에서 가장 비판적으로 짚어야 할 지점입니다. 형사사법 제도에 대한 논쟁이 “전선 선택”으로만 흡수될 때, 실제 시민 한 사람의 안전과 권리는 그 전선의 뒤로 밀려나게 됩니다.
◆ 급진 86 정치권 세력의 환호와 시민의 눈물
검찰을 ‘기득권’으로 규정하는 인식은 사회구성체 논쟁, 변혁론, 그리고 마오의 모순론에 기반합니다. 1980년대 사회구성체 논쟁에서 급진 운동권 세력은 한국 사회를 민중과 지배세력의 구조적 대립으로 진단했습니다. 변혁론에서는 국가기관을 그 지배질서를 유지하는 장치로 배치했습니다.
이어 모순론과 통일전선 전략은 이렇게 설정된 대립구조 안에서 주요 적대와 부차적 갈등을 나누고, 검찰을 적대 전선의 상대편에 놓았습니다. 여기에 군사독재 시기의 공안수사와 정치사건 기소 경험이 결합하면서 검찰은 ‘민중의 적’이자 ‘기득권의 법적 무기’라는 이미지로 굳어졌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86세대 급진 세력의 보완수사권 폐지는 ‘시민의 안전’을 ‘대립물로부터 민중의 해방’으로 둔갑시킨 대표적인 정치적 착시입니다.
86세대 급진 엘리트들은 자신이 검찰의 견제에서 벗어나는 것을 민주주의의 진전으로 포장합니다. 그러나 86세대의 승리의 환호소리에는 사법 안전장치를 잃고 위험을 떠안게 되는 일반 시민의 들리지 않는 고통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아닌 범죄 피해를 입은 일반 시민들의 눈물이 바닥을 흐르고 있는 것입니다.
◆ 시민의 요구 vs 권력 재배치
이러한 착시는 86세대 정치 엘리트들이 자신들의 과거 검찰 경험을 오늘의 시민 전체가 공유하는 보편적 경험으로 오독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그들에게 검찰은 여전히 자신들을 탄압하는 기관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검찰을 경험하는 시민들의 요구는 훨씬 다층적일 수 있지만, 이는 결국 일상의 안전과 정의로 수렴됩니다.
일부는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원하지만, 또 다른 일부는 수사의 공정성과 인권 보호, 사건 지연 방지, 피해자 지원 강화 등을 동시에 요구합니다. 범죄 피해자는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를, 피의자는 억울한 수사 피해를 막아줄 장치를, 일반 시민은 권력 남용과 무소불위의 검찰 권한을 견제할 균형을 바랍니다.
이처럼 요구의 층위와 방향이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진정한 민중의 요구는 엘리트가 규정한 ‘기득권 해체’가 아니라, 일상의 안전과 정의를 지켜주는 구체적인 제도적 장치의 마련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치 엘리트들은 자신의 검찰 경험과 정치적 이해를 민중 전체의 의사로 표상하며, 검찰권 해체를 곧 민중의 요구로 치환합니다.
그 결과 보완수사권은 경찰 수사의 오류를 보완하는 기능이기 이전에, 타도 대상에 남겨진 ‘기득권의 잔여 권력’으로 규정됩니다.
이는 기술적 제도 조정이 아니라, 오랫동안 적대해 온 기관의 마지막 권한을 제거해 자신들의 권력 지형을 재배치하려는 정치적 행위입니다.
결국, 보완수사권 폐지는 민중을 위한 개혁이라기보다 ‘기득권’이라는 프레임으로 포장된 정치 엘리트들의 권력 재배치에 가까운 조치입니다.
◆ 구성의 오류를 막아야 : 특정 진영의 전리품에서 벗어나, 시민 모두의 안전을 향하여
보완수사권 폐지의 본질은 ‘민중 대 검찰 기득권’의 투쟁이 아닙니다. 그것은 정치권력과 검찰권력 사이의 제도적 권한 재배분이라는 관점에서 검증되어야 할 문제입니다.
급진 86 정치권 세력과 이들을 계승하는 신세대 진보좌파세력은 먼저 전선을 구획하고, 민중과 검찰을 서로 다른 진영으로 나눕니다. 그리고 검찰을 민중을 탄압해 온 기득권 세력의 핵심 기관으로 위치시킵니다.
반면 검찰의 기능론적 관점은 검찰이 어떤 편에 서 있는가보다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보완수사권을 없앴을 때, 경찰 수사의 오류와 누락을 누가 어떻게 교정하는가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권리와 구제 가능성은 이전보다 실제로 커지는가
검찰에서 빠진 권한이 어느 기관으로 이동하며, 그 기관은 어떤 통제와 책임을 지는가
제도 개편의 실패와 공백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사 지연·부실의 위험을 결국 누가 감당하는가
이 질문들에 설득력 있게 답하지 못한다면, 보완수사권 폐지는 검찰개혁의 완성이 아니라, “기득권”이라는 권력을 제거하고 다른 권력을 강화하는, 사구체 논쟁과 변혁론에 기반한 전선 정치의 반복에 머물 수 있습니다.
이제 1980년대에 멈춰 있는 낡은 전선의 언어를 폐기하고, 냉정한 기능 평가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검찰 보완수사권과 관련된 핵심 질문은 바뀐 제도가 실제로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안전과 권리를 얼마나 더 강하게 보호하고 있는가입니다.
좌파 진보 정치 엘리트의 승리가 힘없는 시민의 사법적 재난으로 이어지는 비극을 막는 길은 오직 그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뿐입니다.
결국 형사사법 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급진 좌파 진보 진영의 정치적 승리로 귀결되어서는 안 됩니다. 야구장에서 앞사람이 먼저 일어나면, 그 사람은 더 잘 볼지 몰라도 뒤에 앉은 모두는 경기를 잃어버립니다. 형사사법 개혁이 특정 진영의 정치적 이득이 되는 순간, 시민 전체의 안전은 바로 그렇게 가려집니다. 국가의 사법 시스템 개혁은 특정 진영이 투쟁을 통해 얻어내는 전리품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 모두의 일상적 안전과 직결된 공공의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