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공백과 국민 피해의 현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가 국민 피해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는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닙니다.
수사 공백이 생기면 그 피해는 권력자가 아니라 피해자와 시민에게 돌아갑니다. 특히 복잡한 경제범죄, 권력형 범죄, 성범죄, 보이스피싱처럼 초동수사와 보완수사가 중요한 사건에서 국가의 수사 역량이 약화되면, 가장 유리해지는 쪽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입니다.
◆제도개혁을 넘어선 권력의 주체화
그런데도 정부여당이 검찰의 기능적 조정이 아니라 사실상의 폐지나 무력화를 밀어붙인다면, 이러한 행태는 단순한 제도개혁을 넘어 권력의 주체화라는 관점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푸코가 말한 주체화는, 권력이 인간을 밖에서 억압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특정한 사고방식과 판단 기준을 내면화시켜, 스스로 그 권력을 수행하는 주체로 만드는 과정을 뜻합니다. 어느 순간 개인은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권력의 문법을 재생산합니다.
◆ ‘개혁’이 아닌 적대의 구성
이 관점에서 보면 문제는 ‘검찰개혁’이라는 명분 자체가 아닙니다. 문제는 검찰을 견제와 조정의 대상이 아니라, 제거해야 할 순수한 적으로 구성하는 사고방식입니다.
이때 검찰은 더 이상 특정 기능을 가진 제도적 기관이 아니라, 정치적 적대의 표적이 됩니다. 국민 피해나 형사사법의 공백은 부차적인 것으로 밀려나고, 조직을 제압하고 무력화하는 것 자체가 목적처럼 작동하기 시작합니다.
◆미시파시즘의 작동 방식
여기서 들뢰즈와 가타리의 미시파시즘개념이 연결됩니다.
미시파시즘은 파시즘이 거대한 국가 장치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과 집단의 욕망 속에서도 작동한다는 통찰입니다. 어떤 집단은 자신이 억압에 맞선다고 믿으면서도, 실제로는 대상을 절대적 적으로 만들고, 그 적을 소거함으로써 자기 권력의 순수성을 확인하려 합니다. “우리가 아니면 안 된다”, “저들은 완전히 제거돼야 한다”는 사고가 바로 그 지점입니다.
◆통제 욕망으로서의 수사권 폐지
따라서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론의 위험은 단지 수사권 조정 기술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전체주의적 조직 문화에 길들여진 정치 주체들이, 자신들이 권력의 주체가 된 뒤 미시파시즘의 방식으로 다른 조직을 통제하려는 시도로 읽힐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자신들이 통제당했다고 느꼈던 이들이, 이제는 검찰을 통제하고 무력화함으로써 “이번에는 우리가 규칙을 만든다”는 주체성을 확인하려는 것입니다.
◆전체주의적 사고의 징후
이때 검찰은 제도적 기능을 가진 기관이 아니라, 제거되어야 할 대상으로 대상화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전체주의적 사고가 드러납니다.
전체주의는 반드시 국가 전체를 장악한 노골적인 독재 체제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조직, 하나의 진영, 하나의 정치적 신념 안에서도 작동할 수 있습니다. 다른 가능성을 허용하지 않고, 대상을 기능이 아니라 적으로 규정하며, 통제와 제거를 정의의 이름으로 수행하는 순간, 전체주의적 사고는 이미 작동하고 있습니다.
◆ 개혁의 언어와 통제의 욕망
결국 문제는 “검찰을 개혁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닙니다. 문제는 국민의 피해 가능성이 명백한 영역에서조차, 그 피해를 제도적으로 검토하고 조정하기보다, 검찰이라는 대상을 정치적으로 소거하려는 사고방식입니다.
이는 개혁의 언어를 빌려 쓰지만, 실제로는 권력의 주체화와 미시파시즘이 결합한 통제의 욕망에 더 가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