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 요약 ]
이번 삼성전자 성과급 합의는 대등한 협상의 산물이 아니다. 개정 노조법이 협상 구조 자체를 바꾼 상태에서 노조가 사측의 선택지를 좁혀 제3안을 끌어낸 결과다.
1.협상력의 원천: BATNA
협상력은 요구의 강도가 아니라 협상 결렬 시 누가 더 유리한 대안을 갖느냐에서 나온다. 협상이론은 이를 BATNA(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로 설명한다.
이번 협상에서 사측의 BATNA는 형식상 존재했지만 실질적으로 약했다. 총파업을 감수하면 생산 차질, 고객사 신뢰 훼손, 주가 충격이 불가피했다. 반면 노조의 BATNA는 개정 노조법 이후 제도적 보호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강해졌다. 양측 BATNA의 균형이 달라진 것이 이번 협상의 핵심 변화다.
2.버티기 비용과 신뢰 가능한 위협
개정 노조법은 사측의 버티기 비용을 두 경로로 높였다. 첫째, 단체협약 이행 분쟁이 노동쟁의로 연결될 수 있는 통로가 넓어지면서 파업 가능성이 커졌다. 둘째, 불법 파업에 대한 연대책임이 약화되면서 손해배상 카드의 억지력이 떨어졌다. 파업은 더 쉽게 시작되고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동시에 노조의 파업 위협은 신뢰 가능한 위협(credible threat)이 됐다. 과거에는 단체협약 이행 분쟁이 주로 소송으로 처리됐지만, 개정 이후에는 명백한 단협 위반이 쟁의 명분으로 연결될 수 있어 사측이 느끼는 법적 불확실성과 비용 부담이 커졌다.
3.외통수에 갇힌 사측
이 조건들이 결합하면서 사측은 두 개의 고비용 선택지 사이에 갇혔다. 노조 요구를 거부하면 당장의 총파업 손실을 감수해야 했고,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면 영업이익 연동 산식이 단체협약에 명문화되어 이후 매년 반복적인 쟁의 리스크를 떠안아야 했다. 노조는 이 외통수 구조를 정확히 읽고 있었고, 그래서 기존 OPI 조정이나 일회성 특별보상 수준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4.제3안과 합의 구조
사측은 결국 구조는 일부 수용하되 조건을 붙이는 제3안을 선택했다. 노조는 EVA 바깥의 영업성과 연동형 특별성과급 구조라는 제도화를 얻었고, 사측은 비율을 낮추고 높은 영업이익 달성 조건과 자사주 지급 방식을 붙여 발동 조건을 일부 통제했다.
결론
이번 합의는 단순한 노사 절충이 아니다. 협상이 결렬됐을 때 더 나은 대안을 갖고, 상대의 버티기 비용을 높이며, 신뢰 가능한 위협을 행사하고, 법과 제도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한 쪽이 유리한 결과를 얻었다. 개정 노조법이 만든 제도적 협상력의 변화 위에서, 노조가 사측의 선택지를 좁혀 원하는 방향의 합의를 끌어낸 사례다.
[ 이해 퀴즈 ]
Q1. BATNA의 정식 명칭은?
① Best Approach to Negotiation Agreement
②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
③ Basic Agreement Terms in Negotiation Analysis
④ Bilateral Action in Trade Negotiation Agreements
정답: ②
BATNA는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 즉 협상이 결렬됐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을 뜻한다.
Q2. 협상력이 강해지는 핵심 조건은?
① 요구 수위를 높이는 것
② 협상 결렬 시 더 유리한 대안을 갖는 것
③ 협상 테이블에 먼저 앉는 것
④ 상대방보다 더 큰 조직을 보유하는 것
정답: ②
협상력은 말의 강도가 아니라 협상 결렬 이후 손에 쥔 선택지, 즉 BATNA의 질에서 나온다.
Q3. 이번 협상에서 사측의 BATNA가 약했던 이유는?
① 노조가 법적으로 파업을 금지당했기 때문
② 총파업 감수 시 생산 차질·고객사 신뢰 훼손·주가 충격 등 비용이 너무 컸기 때문
③ 사측이 협상 의지 자체가 없었기 때문
④ 정부가 사측의 협상을 제한했기 때문
정답: ②
사측의 BATNA는 형식상 존재했지만, 그 선택의 비용이 너무 커 실제 협상력으로 활용하기 어려웠다.
Q4. 협상이론에서 '버티기 비용(Delay Cost)'이란?
① 협상 타결 후 이행 비용
② 협상 결렬 상태가 길어질수록 발생하는 손실
③ 파업 참여자에게 부과되는 손해배상액
④ 단체협약 체결에 드는 법률 비용
정답: ②
버티기 비용이 큰 쪽이 먼저 양보할 가능성이 커진다. 개정 노조법은 사측의 버티기 비용을 크게 높였다.
Q5. 개정 노조법이 사측의 버티기 비용을 높인 두 가지 경로는?
① 임금 인상 강제 + 단체협약 기간 연장
② 쟁의 통로 확대 + 손해배상 억지력 약화
③ 파업 전면 허용 + 직장폐쇄 금지
④ 노조 전임자 확대 + 교섭 창구 단일화 폐지
정답: ②
단체협약 이행 분쟁이 노동쟁의로 연결되는 통로가 넓어졌고, 불법 파업 시 연대책임이 약화되어 손해배상 억지력이 떨어졌다.
Q6. 신뢰 가능한 위협(credible threat)이란?
① 법원이 인정한 위협
② 실제로 실행할 수 있다고 상대방이 믿는 위협
③ 정부가 보증한 협상 조건
④ 노조가 서면으로 제출한 파업 예고
정답: ②
위협은 말만으로 힘을 갖지 않는다. 상대방이 실제 실행 가능성을 믿을 때 협상력이 생긴다.
Q7. 개정 노조법 이전, 단체협약 이행 분쟁은 주로 어떻게 해결됐는가?
① 파업
② 노동위원회 중재
③ 소송(권리분쟁)
④ 정부 행정명령
정답: ③
과거에는 단체협약 이행 분쟁이 권리분쟁으로 분류되어 법원 소송으로 처리됐다. 사측은 공장을 가동하며 시간을 벌 수 있었다.
Q8. 이번 협상에서 사측이 갇힌 딜레마는?
① 임금 동결 vs. 임금 인상
② 노조 요구 거부(총파업 리스크) vs. 요구 수용(반복 쟁의 리스크)
③ 직장폐쇄 vs. 조업 단축
④ 국내 생산 유지 vs. 해외 이전
정답: ②
거부하면 당장의 총파업 비용이 너무 컸고, 수용하면 영업이익 연동 산식이 단협에 묶여 미래 반복 쟁의 리스크가 생겼다.
Q9. 노조가 기존 OPI 조정 수준에서 물러서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① 정부가 노조 편에서 중재했기 때문
② 사측이 노조 요구를 이미 수용하기로 결정했기 때문
③ 사측이 외통수 구조에 놓여 어느 선택지도 쉽지 않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
④ 노조원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
정답: ③
노조는 사측이 거부도 수용도 쉽지 않은 외통수 구조에 놓여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EVA 바깥의 영업성과 연동형 구조를 끝까지 요구했다.
Q10. 최종 합의에서 노조가 얻은 핵심은?
① 현금 성과급 즉시 지급
② EVA 바깥 영업성과 연동형 특별성과급 구조의 제도화
③ 노조 전임자 대폭 확대
④ 단체협약 기간 1년으로 단축
정답: ②
노조는 EVA 기반 OPI 바깥에 영업성과 연동형 별도 통로를 단체협약에 명문화하는 제도화를 달성했다.
Q11. 최종 합의에서 사측이 관철한 조건으로 옳지 않은 것은?
① 지급 비율을 노조 원안(20%)보다 낮춤
② 현금 대신 자사주 지급 방식 채택
③ 영업이익 달성 조건 삽입
④ 단체협약 적용 기간을 3년으로 제한
정답: ④
적용 기간은 노조 요구대로 10년으로 확정됐다. 사측이 조정한 것은 비율, 지급 방식, 영업이익 달성 조건이었다.
Q12. 이번 합의가 보여주는 협상 승리의 핵심 원리는?
① 더 강하게 요구하는 쪽이 이긴다
② 더 큰 조직을 가진 쪽이 이긴다
③ 상대의 선택지를 좁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구조로 만드는 쪽이 이긴다
④ 먼저 양보하는 쪽이 신뢰를 얻어 이긴다
정답: ③
협상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상대를 완전히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외통수를 공략해 스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선택지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