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계층에게 정부지원을 몰아주는 것이 공동체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렌트의 견해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아렌트에 따르면, 공동체는 개인들의 다름(고유성)을 바탕으로 공적 영역에서 말과 행동을 통해 상호작용하며 공동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역동적인 관계망입니다.
그런데 공동체 구축, 유지, 활력을 위해선 모든 개인이 자유로운 말과 행동을 통해 공적인 영역에 참여해야 합니다.
하지만 충분한 생계 유지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개인이 자유로운 '말과 행동'을 통해 공적인 영역에 참여하기 어렵다는 것이 아렌트의 관점입니다. 빈곤한 사람은 생존을 위한 '필요'의 영역에 묶여 정치적 삶에 참여하고 자신의 복수성을 드러낼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소득 불평등의 심화는 다양한 개인들이 동등한 자격으로 정치에 참여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 자체를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동체성의 회복,구축,유지,활력을 위해선 저소득층에게 정부 이전지출을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바꾸어 말하면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보편적 정부이전지출은 오히려 취약계층이 공적영역으로 진입하는데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즉 정부가 저소득층에게 지원을 집중하여 이들이 생존의 필요에서 벗어나 공적인 영역에 참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마련하는 것은 공동체의 회복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빈곤층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공동체의 문제에 대해 발언하며 다른 구성원들과 상호 작용할 수 있게 된다면, 이는 공동체 내의 다름을 발현시키고 정치적 논의를 풍성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겁니다.
결국, 더불어민주당의 보편주의적 접근은 모든 구성원에게 혜택이 돌아가므로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동질감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지만, 공동체성을 강화하는데는 전혀 유익하지 않습니다. 아렌트의 관점에서 공동체의 본질은 동질성이 아닌 다름 속에서의 상호작용과 조정에 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더불어민주당이 내세우는 보편주의 담론과 공동체 구축 사이에는 명백한 모순이 존재합니다. 공동체 구축과 활력을 위해서는 보편주의 담론을 포기하고 선별주의 복지, 곧 ‘약자와의 동행’이 필수적인데, 약자를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이 보편주의 담론을 고수하는 것은 매우 모순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
따라서 더불어민주당의 공동체 구축 주장은 허구적 공동체 주장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