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을 어깨에 맨다한들, 책임을 진다한들, 죄책감을 씻을 수 있을까? 그만 어둠에서 밝은 곳으로 올라오라 한다. 그래서 작은 창에서 한 줄기 빛이 비스듬히 들어오는 지하방에서 커다란 창들이 달려 있는 방으로 옮겨 본다. 그리고 짐을 지고 고통과 죄책감을 씻고자 한다. 힘겨운 경험에서 무너져 내린 슬픔을 잊고, 죄책감의 늪에서 빠져나고자 한다. 하지만, 이런 수고는 헛될 뿐이다. 무엇보다 자신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보고 싶을수록, 그리워질수록,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 슬픔과 사랑은 늘 동전의 양면 아닌가. ◆닫힌 결말과 열린 결말 맨체스터 바이 더 씨에서 보스턴 건물 잡역부인 리는 상실감과 죄책감의 벽에 포위되어 옴짝달싹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 심부전으로 시달려 온 형 조는 리를 고향 맨체스터의 16세 아들 패트릭을 부양하는 후견인으로 지목하고 세상을 떠난다. 어쩔 수 없이 리는 조카를 부양하는 짐을 짊어지게 된다. 하지만 패트릭과 리는 이리저리 충돌하게 된다. 감독은 시간을 가지고 논다. 과거와 현재가 뒤죽박죽되면서 닫힌 결말과 열린 결말을 동시에 구성한다. 리가 패트릭을 돌보는 모습을 전개시키며 결말을 닫는다. 동시에 현재와 과거를
녹터널 애니멀스, nocturnal animals에서 감독(톰 포드)은 시종일관 주도권을 쥐고 관객을 이끌어 간다. 영화의 발단과 전개과정에서 관객은 기대와 기대로부터 벗어날지 모른다는 두려움 사이를 오가면서스토리의 긴장속으로 진입한다. 이어 불확실성으로부터 비롯된 서스펜스의 장에서 인상과 추상을 해석하는 장으로들어선다. 이러한 스토리의 변침은 관객의 의표를 찌른다. 이는 현실공간과 가상공간 간의 단순한 데칼코마니적 병치의 단순함과 달리, 가상공간에 뿌려지는 섬뜩한 메타포에 힘입은 바가 크다. 감독은 이렇게 관객에 영합하지 않고 주도권을 쥐면서 관객에게신선한 체험을 선사한다. 이 영화는 또한 현실의 빨대 식 구조를 떠올리게 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현실의 한 일면에는 강자가 약자와 빨대로 연결되어 있다. 강자는 약자에게 빨대를 꽂아 영양분을 빨아 먹고, 이어 약자를 버린다. 영화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현실과 별반 차이가 없다. 강자는 약자가 ‘불안전하고 약하다’고 여기면, 그와의 소중한 기억을 지워버린다. 이 때 버림받은 약자가 할 수 있는 대응이 복수라면, 이 복수는일방적으로 비난받을 수 없을 것이다. 영화는 섬뜩한 복수가 안겨주는 역
일렉트로니카와 클래식이 교차됩니다. 격한 비트의 일렉트로니카 음악과 멜랑콜리의 바흐 토카타 E단조 914번이 충돌하고 반목합니다. 영화 내 심장이 건너 뛴 박동에서 한 청년의 삶이 이렇습니다. 그는 고단한현실의 삶 속에서 헤드폰으로 강한 비트의 일렉트로니카 음악을 듣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피아니스트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바흐의 토카타를 연습합니다. 이처럼 거친 현실과 꿈이 부딪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이렇지 않을까요? 격렬한 현실과 울퉁불퉁한 조건은 우리가 향하고자 하는 길에서 우리의 발목을 걸어 넘어뜨리고자 합니다. 하지만 꿈의 실현은 결정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이라고 합니다. 자유는 조건과의 싸움에서 거둔 승리라는 것이 에리히 프롬의 통찰입니다. 현재 우리를 휘감고 있는 어려운 경험이 미래 우리의 존재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자유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사건과 환경과 마주한다면, 우리는 미래를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겠지요. 이솝이야기의 ‘두 마리의 개구리’ 이야기가 그 예입니다. 두 개구리가 우유 항아리에 빠졌습니다. 한 마리는 이제 끝이다하고 죽을 때를 기다립니다. 하지만 다른 한 마리는 살기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쉬지 않고 다
“때로 넘어져도 일어나면 된다. 아침은 다시 오니까. 태양은 새로 뜨니까” Question. 안녕하세요? 저는 방송국 카페에서 일하는 바리스타입니다. 스타들을 가까이에서 접하며, 배우의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틈틈이 오디션을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요, 오디션을 칠 때마다 가슴은 무너집니다. 하겠다는 의지만을 가지고 꿈을 이룰 수 있을지, 미래가 그저 두렵기만 합니다. 전 아마도 배우의 재능이 없어 오디션에 번번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절망하여 배우에 대한 꿈을 포기하고자 합니다. 저는 저의 열등함으로 나날이 용기를 잃고 있습니다. Answer. 안녕하세요. 알프레드 아들러입니다. 전 프로이트 박사와도 친분이 있는데요, 빈의 수요모임에서 그와 함께 10년 가까이 정신분석을 연구하였지요. 어떤 일을 잘하지 못하는 것은 능력이나 소질이 없어서 일까요? 아닙니다. 용기가 없어서이지요. 왜 그런지 제 얘기 한번 들어보시죠. ◆원인론과 목적론 한 카페에서 누군가가 당신에게 커피를 쏟자 당신은 큰소리를 칩니다. 당신은 왜 큰소리를 쳤나요? 화가 나서 그랬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혹시 당신은 그 사람으로부터 사과를 받기 위해 혹은
#. 할리우드 스타 조니 뎁은 어려운 가정 형편에서 자란 고교 중퇴생이었다. 그는 20대 초반에 TV시리즈 21 점프 스트리트의 주연을 맡아 인기와 적지 않은 돈을 얻게 되었다. 시리즈 편당 4만 5000달러를 받은 그는, 하지만, 시리즈 도중에 연속극에서 스스로 하차하였다. 할리우드의 ‘제품’이 되고 싶지 않아서였다.이후 그는 영화가위 손을 거쳐 캐리비안 해적에서 잭 스패로우 역으로 출연료 1000만 달러를 제안 받았다. (호아킴 데 포사드의 「마시멜로 이야기」중에서)작가는 이 책에서 조니 뎁이 세계적인 영화배우로 성공한 것은 당장의 보상을 늦추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조니 뎁은 TV시리즈에서 상당한 돈을 받을 수 있었지만, 장기 목표를 위해 과감히 현재의 달콤함을 포기했다는 것이다.이렇게 현재의 보상을 지연시키고 미래의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인내한다면, 포기한 보상을 뛰어넘는 창대한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조니 뎁의 2004년 시사주간지 TIME과의 인터뷰에서, 그의 목표를 엿볼 수 있다. “내게 도전이란 평범한 영화 개념에 들어맞지 않는 뭔가를 하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왜 내가 있겠는가?”라고 말했다.「마시멜로 이야기」의 요지는 조니 뎁의 예
Question안녕하세요? 거절남(rejected man)입니다.제가 저의 별명을 스스로 이렇게 붙인 이유는 아무도 저를 원하지 않는다고 느껴서 입니다. 저를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니, 불안하고 두렵고 심지어 공포감마저 느껴집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수십 번의 낙방 후에 간신히 작은 회사에 들어갔습니다. 게다가 지금 다니는 회사 사장님은 제가 불필요한 인력이라며 책상을 빼 주길 바라는 눈치입니다. 무엇보다 훨씬 참기 어려운 고통은 여자 친구의 이별통보였습니다. 진실과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자 친구가 느닷없이 ‘나, 다른 사람이 생겼어’라며 저에게 등을 돌렸습니다. 그 때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아끼고 키워 온 소중한 꽃과 같은 사람으로부터 거절당했다는 배신감에 심장은 폭발해 버릴 지경이었습니다.전 분노와 좌절의 상처를 잊기 위해 이전에 멀리하였던 술과 담배에 젖어 있습니다. 술기운이 떨어지면 아픔이 다시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다시 오늘도 술을 마십니다. 쓰라린 거절의 상처가 지금도 아물지 않고 빨갛게 남아 있는데, 어떻게 하면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을까요?Answer안녕하세요, 지그문트 프로이트입니다. 마음의 상처를 곪게 하는 원인
한 남자가 거리에서 팻말을 들고 있습니다. 팻말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I Hug You for nothing,” 공짜로 안아준다고? 저 남자는 왜 안아 준다는 거지?우리는 친한 친구끼리 통화를 할 때, 보통 첫 마디가 “어디야?”입니다. “안녕한가”라는 물음 대신 ‘지금 네가 있는 곳이 어디냐’며 친구의 소재를 탐문합니다. 이렇게 장소를 추궁당하면, 친한 친구 사이일지라도 ‘내가 어디에 있든 네가 뭔 상관이야’라고 불쾌감을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하지만 정신분석학자들은 이 질문은 종로, 잠실등 구체적인 공간적 장소를 묻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장소에 대한 관심이라고 합니다. 어떠한 심리적 현실에 살고 있느냐는 다소 철학적인 안부 인사라는 겁니다. 당신이 우울, 초조, 열등감, 분노등 심리적 불안에 놓여 있는지, 아니면 위로 평화, 행복등 안정된 공간에 위치에 있는가라는 심리에 대한 관심의 표현이라는 것입니다.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윌의 반사회적 경향과 부모의 학대영화의 주인공, 갓 20살의 윌 헌팅턴은 가슴에 불을 묻어 놓고 있습니다. 윌은 부모에 버림받고, 양부에게 걸핏하면 폭행을 당했습니다. 양부는 ‘늘 탁자에 렌치와 막대기와 혁대를 늘어놓
좋은 스토리텔링은 상투성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다. 관행의 추종대신 새로운 발명품을 고안해 낼 때, 관객과 스토리는 연대를 형성하게 된다. 예를 들어, 영화사에 빛나는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vertigo)은 중층적인 장르의 변주로 관객들을 스토리에 감정을 싣게 한다. 스릴러물로 시작된 영화는 러닝 타임의 3/4이 흐른 시점에서 스릴러 내러티브에 결말을 맺고, 이어 서스펜스가 가미된 드라마로 장르의 변화를 꾀한다. 이러한 장르의 비틀기는 기대와 두려움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 관객을 스토리 안으로 몰아넣는다.영화 터널도 단선적인 서사를 거부하고 상투성과의 전쟁을 치열히 치른다. 재난영화의 문법, 즉 영웅이 등장하여 장애를 뚫고 대중을 구한다는 화석화된 서사에 완강히 저항한다.집으로 가는 길에, 정수(하정우)는 완공된 지 며칠 안 된 터널의 붕괴로 매몰된다. 그는 휴대폰, 생수 두병, 딸에게 줄 생일 케이크로 구조를 기다려야한다.하지만 정수의 구조는 터널 부실공사의 탓으로 기약 없이 늦추어진다. 그 와중에 구조본부대장 경대(오달수)와 정수의 아내 세현(배두나)에 여론은 등을 돌리기 시작한다.터널의 장르의 변주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의
“환한 빛은 보이는데 제가 눈을 떴을 땐초인종 소리와 함께 작은 상자 안이었어요.여기저기 친구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을 땐이미 제 옆엔 엄마와 아빠도 가족이라고는보이지 않고 안쓰러운 눈으로바라보는 시선들뿐 (중략)저와 같은 천사들을 울리지 말아 주세요겁도 많고 보호받아야 할 천사들에게다시는 혼자라는 두려움을주지 말아주세요 “ (이미선 「천사들의 눈물 – 베이비박스의 천사들」) 2007년 봄,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의 대문 앞에 갓 태어난 아이가 수건에 돌돌 말린 채 버려져 있었다. 여전히 냉기를 머금은 날씨로 인해 아기의 몸은 보랏빛을 띠고 있었다. 긴급히 응급조치를 펼쳐 아기의 목숨을 구한 이종락목사는 버려진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베이비박스를 연구하게 된다.아기를 베이비박스에 놓아두면 벨이 자동으로 건물에 울리게 하였다. 또한 아이의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박스에 보온이 가능하도록 하였다.베이비 박스는 2009년 설치되어, 2010년 3월에 첫 아이가 베이비 박스를 통해 들어왔다. 베이비 박스 아동은 2011년에 36명, 2012년 76명, 2013년에 252명으로 급등하여, 2015년 9월 기준으로 총806명에 이르고 있다.베이비박스는 현재 베이비
눈물을 닦아주는 이는 기댈 수 있는 나무와 같다. 그를 통해 호흡하고 힘을 얻고 삶에 대한 믿음을 부여잡는다. 고단과 슬픔에 가위 눌릴 때, 그가 눈동자처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에 위로가 된다. 그렇게 우리는 위로를 돛 삼아, 두려움의 파도를 해쳐나간다.제 13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가 위로를 주제로 하여, 10일 이화여자대학교 ECC 삼성 홀에서 드롭박스상영으로 개막하였다.기댈 곳 없는 이들을 상징하는 작은 새를 여러 사람이 어깨동무하며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영화제 포스터는 “서울국제사랑영화제”가 보호받고 위로해주는 세상을 꿈꾸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영화제는 ‘아카페초이스’, ‘미션 초이스’, ‘스페셜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또한 국제단편경쟁으로 접수된 400여 편의 단편들 중 예심을 통과한 20여 편의 작품들이 소개된다.‘아카페초이스’는 위로와 공감의 시선을 담고 있는 영화들을 포함하였다. 프랑스에서 이방인 삶을 살아가는 엄마가 딸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인 파티마, 절망의 유혹에 대한 반의식적 저항을 성경적 코드로 그린 더 퍼스트, 더 라스트, 불량청소년들이 다니는 대안학교의 일상을 담은 올해 선댄스 영화제 미국 다큐멘터리 베리테 부문 심사위원 수상작 배